[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울산 태화강에서도 수영대회를 하는데, 파리 센강은 안 된다고?”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한창이다. 파리 올림픽 위원회는 파리의 젖줄이자, 올림픽 개막식 무대였던 센강에서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 수영을 진행한다고 했다. 수질 관리를 위해 우리 돈 2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확신할 수 없다. 계획에 물음표가 생겼다. 센강의 오염 수치가 다시 높아졌다.

파리 올림픽 위원회는 30일(한국시간) 센강에서 예정된 트라이애슬론 수영 훈련을 이틀연속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수질 수준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해 선수들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목에서 대한민국 공업 1번지 울산 태화강이 떠올랐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산업화’ 상징으로 성장해왔다. 공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무관심은 ‘울산=공해도시’란 오명을 얻었다. 여기에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급격한 수질 오염으로 인해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태화강의 기적’이 일어났다. 검은 강물과 악취로 몸살을 앓은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범시민적 활동이 이어졌고, 마침내 생태성을 되찾았다. 지금은 ‘생태환경의 보고’가 됐고, 국가정원으로 탈바꿈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민관이 함께 수질 개선 노력이 빚어낸 결실이다. 실제로 2016년 태화강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은 1.2㎎/L로 1급수 기준을 충족했다. 물이 맑아지면서 태화강에서는 매년 전국 규모의 수영, 카누, 조정대회 등이 열리고 있다. 2005년 제1회 태화강 수영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수영대회’ 등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파리는 공업도시도 아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예술 중심지다. 올림픽에 앞서 파리시는 센강 수질 개선을 위해 약 15억 유로(한화 약 2조2715억원)를 투자했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울산시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태화강 수질 개선을 위해 투자한 예산은 약 5850억원이다. 센강에 쏟아부은 예산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울산은 해냈고, 파리는 못했다.

당장에 센강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31일부터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남자 예선 등은 열릴 수 없다. 세계적 망신이다.

개회식도 센강에서 수상 행진을 선보였다. 그만큼 센강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입수할 수 없는 ‘센강’이란 것이 문제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수년 전부터 파리시가 한국의 공업도시 울산을 벤치마킹했더라면 ‘센강’의 생태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색만 내는 투자가 아니라 제대로 된 노력으로 ‘센강의 기적’과 함께 파리의 내일에 이정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