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2024 파리올림픽과 관련해 안 좋은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선수촌의 부실한 식단과 불편한 생활 환경, 탄소 발자국 지우기를 표방하다 가장 중요한 선수 경기력을 저하하는 정책 등이 도마 위에 오른다.

한국 입장에서는 짜증 나는 일이 더 많다. 개막식에서 이름을 잘못 불려 시작부터 불쾌하게 막을 열었다. 오상욱(sanguk)의 이름을 오상구(sangku)라고 표기하는 어설픈 행정도 거슬린다. 의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프랑스 국기는 3위 튀르키예보다 낮은 곳에 자리했다. 프랑스는 그냥 일을 못 한다. 현장을 다니면서도 미흡한 점이 곳곳에 보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모자란 와중에도 우리나라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도 있다. 약자를 위해 배려다. 어느 경기장에 가든 휠체어를 이용해 방문하는 관중을 위한 동선이 아주 잘 마련되어 있다. 개막식 현장에도 휠체어석 전용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펜싱, 핸드볼 등 여러 종목의 경기장을 가보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휠체어석이 있다. 당연히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있게 계단이 아닌 경사로도 만들어놨다.

수영(경영) 경기가 열리는 라 데팡스 아레나에 가면 반려동물을 잠시 쉬게 할 거처까지 마련해놨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더운 날씨에 물까지 마실 수 있도록 물그릇까지 가져다 놨다. 꼼꼼한 배려다.

한국은 프로스포츠의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독일이나 영국 같은 나라를 가보면 축구장에 휠체어석이 아주 잘, 그리고 많이 지정되어 있다.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는 유럽 특유의 정서를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거의 모든 경기장에 가변석을 마련했다. 대회가 끝나면 어렵지 않게 해체해 재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 일부러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다. 라 데팡스 아레나를 비롯해 그랑 팔레(펜싱), 아레나 파리 쉬드(핸드볼, 탁구, 배구 등)도 마찬가지다. 철골 구조물을 조립해 만든 가변석에 관중이 올라 응원한다.

재미있는 응원 문화도 만들어졌다. 철골 구조물이라 발을 크게 구르면 소리가 웅장하게 울린다. 한 번에 많은 관중이 동시에 발을 구르면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응원이 완성된다. 경기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리올림픽의 명물이 됐다.

한국은 과거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인천에는 쓰지 않는 경기장이 수두룩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이유로 국제 대회를 치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파리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적은 예산을 쓰고 처리도 속하게 할 수 있으니 손해 볼 게 없다. 그렇게 대회가 끝나면 대다수의 경기장은 사라진다. 올림픽을 경험한 이들의 머릿속에 남을 뿐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