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 성장과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25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의 세율과 면제범위를 조정하고, 자녀공제액도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중산층 가정의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했다.

상속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윤 대통령은 중산층 가정의 부담을 덜 것이라고 콕 찍어 얘기했다. 나도 수혜 받을수 있을까.

정부의 이번 상속세 세율 조정안은 30억원 초과시 50%의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는게 골자다.

그 외 30억원 이하 40%는 10억원 초과 40%로 바뀌고, 기존 10억원 이하는 30%, 5억원 이하는 20%로 이전과 동일하다. 1억원 이하 10% 세율은 2억원 이하 10%로 조정한다.

한마디로 30억원 이상 자산가의 한해, 세율 혜택을 볼 여지가 높다.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이미 배우자·자녀 공제(각 5억원씩)로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30억원 초과시 상속세 혜택을 보는 대상은 2400여명 정도의 초부자에 불과하다. 나를 포함해 대다수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분명 중산층에 부담을 덜 것이라 했는데,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윤 대통령이 학창시절 읽고서 감동 받았다는 책이 있다.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 쓴 ‘자유론’이다. 밀은 보수주의 경제사상가다. 정부의 세금 개입을 비판했다. 누진세에 대해선 ‘온건한 형태의 도둑질’이라고도 했다. 열심히 일해 돈 버는 사람들을 제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 그도 상속 재산만큼은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기에, 상속세를 무겁게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봉건제와 달리 신분상승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상속이 수월할수록 세습은 강해진다. 이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뼈대가 경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한 경쟁이 핵심이다. 하지만 상속은 기회 공정성을 빼앗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출발선이 달라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조선시대보다 더 높다고 한다. 그만큼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불균형 정도가 심하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버는 구조는 경제 유동성과 사회적 역동성 약화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지면, 청년층에선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라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상속세 폐지를 논의한 적 있다. 이때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 미국을 대표적인 거부들이 앞장서 반대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사회에서 지지를 얻으려면 상속세는 존재해야 한다고 되레 강조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상속세 변화가 흥미롭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상속세 최고 세율은 90%에 달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에도 최고세율은 75%였다. 그 수치만큼 불로소득 과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