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해피엔딩’을 꿈꿨지만 라파엘 나달(161위·스페인)의 라스트댄스는 허무하게 종결됐다.

나달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1986년생인 그는 나이도 나이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고관절과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시즌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순위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자신이 14차례 우승한 프랑스오픈에서도 1회전에 탈락하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 22차례 우승을 거뒀으나 그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

그런 그가 2024 파리 올림픽에 마지막으로 나섰다. ‘라스트 댄스’를 선언했다. 나달은 2008 베이징 대회 단식,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일찌감치 짐을 쌌다. 나달은 단식에서 1회전을 통과했지만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와 2회전에서 만나 완패했다.

단식 탈락은 어떻게 보면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복식에서도 8강에서 탈락했다. 미국의 오스틴 크라이체크-라지브 람 조를 만나 세트스코어 0-2(2-6 4-6)로 고배를 마셨다. 나달은 이번 대회에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스페인)와 호흡을 맞췄다.

알카라스는 남자 테니스 ‘빅 3’를 이을 차세대 선두 주자다. 특히 올해에는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제패했다. 2003년생인 그는 벌써 4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올랐다. 나달과 알카라스의 복식 조합은 금메달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여정을 일찍 마무리하게 됐다. 알카라스는 단식에서 8강에 올라 있다.

나달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을 마친 뒤 인터뷰를 통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즐거웠다. 알카라스와 경기한 건 평생 간직할 것이다. 알카라스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스페인에 메달을 안기지 못해 아쉽다. 코트에 있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현역 ‘은퇴’ 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달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즐기겠다. (US오픈 출전은)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