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장강훈 기자] 하반기 개막전부터 맹폭이다. 매번 추격자로 나서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았는데, 이번엔 ‘챔피언조’로 최종 라운드를 준비한다. 그것도 2타 차 단독선두.

오구플레이 늑장신고로 징계받았다가 매니지먼트사와 팬의 기다림과 노력 덕분에 감경된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복귀 첫 승에 마지막 관문을 남겨뒀다.

윤이나는 3일 제주시에 있는 블랙스톤 제주 동·남코스(파72·663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바꿔 4언더파 68타를 적었다.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로 동갑내기 강채연(파마리서치)에 2타 앞선 단독선두 자리를 지켰다.

최종라운드에서도 현재 순위를 지켜내면 2022년 7월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 습도까지 높아 얼음주머니와 휴대용 선풍기, 우산 등으로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서운 샷감까지 식히지는 못했다.

올시즌 국내 개막전을 통해 KLPGA투어에 복귀한 윤이나는 상반기 14개 대회에서 세 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톱4에 다섯 차례 이름을 올렸다. 연장혈투를 펼치고도 우승 트로피를 따내지 못한 그는 5월 치른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조로 최종라운드를 치른다.

6월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과 7월 롯데오픈에서 준우승,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르는 등 우승에 근접한 성적을 올려 기대감을 높였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팬이 제주를 찾아 함성과 박수로 윤이나에게 힘을 북돋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깨와 골반 통증 등으로 두 차례 기권하기도 했던 윤이나는 “상반기 종료 후 재활치료한다는 느낌으로 훈련과 치료를 병행했다. 부상이 재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약점으로 꼽히던 퍼팅 훈련에 매진했고, 대회가 열리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골프장을 찾아 코스 적응훈련을 하는 등 ‘연습벌레’로 휴식기를 보냈다.

단독 선두로 올라선 2라운드 때도 경기 후 “이렇게 더운 날씨에 대회를 치르는 게 처음이어서 당황했다”고 웃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 열기를 좀 식힌 뒤 퍼팅훈련하러 갈 것”이라고 말할 만큼 퍼팅 감각 유지에 힘을 쏟았다.

이날 역시 짧지 않은 퍼트를 홀에 떨어뜨려 위기를 벗어나는 등 완벽에 가까운 선수로 성장 중이다. 16번홀(파3)에서 7.3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한 모습은 윤이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역시 “경기를 치르다보면 중요한 순간에 흐름을 결정짓는 퍼트 상황이 꼭 나오는데, 이때 퍼트가 잘돼 성적이 좋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는 경우가 잦아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공략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드라이버를 치고 싶은데 랜딩 지점이 좁아 욕구를 참고 있다. 인내심이 필요한 코스”라고 설명한 그는 “내 강점은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이라는 말로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종라운드에서 윤이나는 단독 2위인 강채연과 단독 3위 박혜준(한화큐셀)과 우승 경쟁을 펼친다.

2003년생 동갑내기 삼총사의 우승 쟁탈전 속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데뷔시즌을 치르고 있는 ‘디펜딩챔피언’ 임진희(26·안강건설) 한국여자오픈 우승자 노승희(23·요진건설)가 7언더파 209타로 공동 4위로 뒤집기 우승에 도전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