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30년 넘는 시간 동안 희로애락의 연기로 대중의 곁을 지켜온 ‘국민 배우’다운 소감이었다.
배우 한석규가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대상의 기쁨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애도를 택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한석규는 지난 5일 방송된 ‘2024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한석규는 “송구한 마음”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MBC 연기대상’은 지난달 30일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무안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해 179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MBC 연기대상’은 생방송을 취소하고 녹화 방송으로 대체, 지난 5일 시청자를 만났다.
방송은 국가애도 기간 이후 나갔지만, 비극적인 참사 바로 다음날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미처 웃지 못했다. 모든 참석자가 시상식 1부에서 검은 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자리했으며, 수상 소감과 함께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대상의 트로피를 든 한석규 역시 “이런 자리, 행사를 갖는다는 것도 사과드리고 싶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연기자들이 하는 모든 일이 관객, 시청자를 위한 몸짓인데 너무나 슬픈 일이 벌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프로파일러 장태수를 연기한 한석규는 범죄자보다 읽기 어려운 딸의 의심스러운 행보에 흔들리는 아빠의 감정선을 세밀하면서도 힘 있게 끌어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그린 작품인 만큼 이먼 무안공항 참사가 더 먹먹하게 다가왔을 터.
한석규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그런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 큰 슬픔 이겨내길 바란다”라며 말문을 잇지 못하다가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호명된 한석규는 마치 드라마 속 장태수처럼 담담해 보이는 외면 속 서글픈 감정이 방송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진정성 어린 그의 소감에 시청자들도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뤗다. “가장 진정성 있고 울림 있는 대상 소감이다”는 댓글이 많았다.
한석규는 1991년 MBC 제20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호텔’(1995) 이후 30년 만의 친정 MBC 복귀로 화제를 모았다. SBS에서 ‘뿌리 깊은 나무’(2011)와 ‘낭만닥터 김사부 1’(2016) 이후 세 번째 연기 대상 수상이다.
한편 최우수연기상은 배우 이하늬(밤에 피는 꽃), 이제훈(수사반장 1958), 유연석(지금 거신 전화는)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배우 김수미에게는 특별감사패가 수여됐다. 공로상은 원로 배우 최불암, 올해의 드라마상은 ‘수사반장 1958’에 돌아갔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