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극찬을 받은 ‘파친코’가 2년 반 만에 돌아왔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재외 한인)의 이야기를 향한 전세계인의 관심이 다시 한 번 쏠린다.

동명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1900년대 초 한국부터 시작해 1980년대 일본까지,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어머니 선자(김민하, 윤여정 분)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022년 3월 공개된 시즌1에서는 관동 대지진의 참상과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식민지 여성들의 비극, 재일조선인(자이니치)의 설움 등 억압의 시대 속 고향을 떠나게 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담았다.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아픔을 이렇게까지 깊이 파고든 건 ‘파친코’가 처음이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이들의 감동적인 서사는 국경을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즌1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 고담 어워즈의 획기적인 시리즈-40분 이상 장편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유수 시상식을 휩쓸며 전 세계 평단의 마음을 훔쳤다.

시즌1은 1910년대를 배경으로 고국을 떠나와 일본에서 새 삶을 꾸리는 주인공 선자(김민하 분)와 그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방인을 선택한 선자의 젊은 시절과 수십년이 흘러 낯선 땅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노년의 선자(윤여정)의 삶을 번갈아 조명하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고향과 어머니의 곁을 떠나 남편 이삭(노상현)과 함께 낯선 땅에 정착한 선자가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꿋꿋하게 이방인의 삶에 적응해가던 도중, 평온했던 선자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위기가 찾아오며 시즌1은 막을 내렸다.

시즌2에서는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선자가 그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까지 감행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1989년 도쿄에서 아무것도 없이 새로 시작해야 하는 솔로몬(진하 분)과 그런 손자를 걱정하는 노년의 선자의 이야기도 함께 교차된다. 전쟁과 광복 등 시대의 변화가 선자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물론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선자의 후손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등 이야기를 더욱 깊이 탐구할 것으로도 보인다.

‘파친코’ 시즌2에는 시즌1을 빛낸 주역인 이민호, 윤여정, 김민하, 진하, 안나 사웨이, 정은채, 아라이 소지, 한준우는 물론 새 인물 김성규도 함께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파친코’ 시즌1에서 깊은 관록을 바탕으로 노년의 선자를 섬세하게 연기해내 극찬을 받았고, 젊은 선자 역으로 첫 등장부터 존재감을 발산한 김민하는 화장기 없는 하얀 피부에 트레이드마크인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낯선 얼굴로 순수함부터 어머니의 강인함까지 그려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데뷔 이후 13년 만에 오디션에 도전한 것으로 화제를 모은 이민호는 시즌1에서 유부남 한수로 선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맡아 악역인지 선역인지 모호한 감정선을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시즌2에서도 선자의 주변을 맴돌 예정이어서 두 사람의 재회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총 8부작으로 이뤄진 ‘파친코’ 시즌2의 연출진이 시즌1에서 전부 바뀐 점도 눈에 띈다. 리안 웰햄 감독이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1, 2회를 연출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갖춘 진준림 감독이 3~5회를 맡았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은 낯선 땅에 정착한 이들의 불안과 혼란을 다룬 6~8회를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 차트를 휩쓴 블랙핑크의 로제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히트곡을 재해석한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가 음악으로 사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파친코’의 시즌2는 총 8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23일 첫 번째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10월 11일까지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애플TV 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