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여자 사격 간판 이윤리(49·완도군청)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금메달도 가능했다. 마지막 한 발이 ‘통한’이다.
이윤리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6.8점을 쏴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249.7점을 획득한 인도의 아바니 레카라, 동메달은 228.7점의 모나 아갈왈(인도)이 차지했다.
이윤리는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레카라를 0.8점 차로 앞섰다. 금메달을 획득하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발에서 10.9점 만점에 6.8점을 쏘고 말았다. 메달 색깔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앞서 23발 모두 10.0점 이상 쐈기에 더 아쉽다.
공기소총 결선은 8명의 선수가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한 뒤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이윤리는 첫 10발에서 104.2점을 쏴 8명의 선수 중 1위에 올랐다. 이후 레카라, 아갈왈과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쳤다. 경기 중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다소 뒤쳐졌으나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19번째 발에서 10.9점 만점을 쐈고, 20번째 발에서 10.8점 고득점을 기록하면서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이윤리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20, 21번째 발에선 연속으로 10.8점을 뚫었다. 22번째까지 229.3점을 기록하면서 레카라와 공동 1위에 올랐고 3위 아갈왈이 떨어졌다.
이제 남은 두 발로 금메달과 은메달이 갈리는 상황. 이윤리는 23번째 발에서 10.7점을 쐈고, 레카라는 긴장한 탓인지 9.9점에 그쳤다. 마지막 발은 레카라가 먼저 쐈다. 10.5점이 나왔다. 이윤리가 9.8점 이상 쏘면 금메달을 획득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이윤리가 크게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다리 강직이 왔다. 사격 후 모니터에 뜬 점수는 6.8점. 이윤리는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경기를 마쳤다.
이윤리는 5번째 패럴림픽에 참가한 베테랑 명사수다. 처음 출전한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대회에선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파리에선 시상대에 복귀했다.
경기를 마친 후 이윤리는 “내가 이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참 기쁘고, 작은 사람에 불과한 이윤리가 대한민국에 큰 희망과 기쁨을 전할 수 있으매 감사한 마음이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금메달이면 더 좋겠지만, 내심 ‘은메달이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뜻하지 않게 은메달을 땄다. 행복하고, 좋다. 마지막에 6.8이 나와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목표를 이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을 쏠 때 관중석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그것 떄문에 내가 놀라지는 않는다. 난 응원해주니 엄청 좋았다. 평소 ‘즐겨야 한다’고 생각은 해봤지만, 실제로 즐겨 보니 긴장도 덜 되고 정말 좋더라”며 오히려 웃었다.
이어 “마지막 발에서 오른 무릎 위쪽에 강직이 왔다. 도쿄에서도 강직 때문에 0점을 쏴 메달을 못 딴 적이 있다. 강직이 오면 과녁을 겨누던 팔도 크게 들린다. 오늘은 강직이 없다가 하필 마지막에 왔다. 그래도 좋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순간이지만, 그래도 웃었다.
첫 메달리스트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전라남도에 실업팀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며 웃은 후 “패럴림픽에 다섯 번 출전하면서 느낀 게 많다.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하며 후배들을 위한 여건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야 사격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윤리는 “주종목인 50m 공기소총 3자세도 남아 있다. 금메달을 따서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며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