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보치아 국가대표 서민규(19·안산시장애인체육회)는 경기 내내 ‘화이팅’을 외쳤다. 팀 막내로 27살에서 17살 차이가 나는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정소영(36·충남장애인보치아연맹)을 한껏 응원했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관중에게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은 너무 강했다.
서민규-정성준-정소영으로 구성된 보치아 혼성 단체(스포츠등급 BC1, BC2)는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엔도 히로미, 히로세 타카유키, 스기무라 히데타카)에 3-8로 졌다.
보치아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운동으로, 선수들은 6개의 빨간색 공과 6개의 파란색 공을 표적구(흰색)에 던지거나 홈통을 이용해 굴려 승부를 가른다. 단체전은 6엔드(개인/페어 경기는 4엔드)로 구성된다.
서민규는 비교적 빠른 9살 나이에 보치아를 시작했다. “경기가 예측이 안 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승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보치아가 좋단다.
그의 손에는 굳은살이 단단히 박여 있다. 공을 계속 던지면서 생겼다다. 글씨를 똑바로 쓸 수 없을 만큼 손에 힘은 없지만, 보치아 공만큼은 정말 꽉 쥔다. 그리고 아주 신중하게 공을 굴린다. 이날도 그랬다.
이번 대회 개인전 탈락에 이어 혼성 단체전에서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서민규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연신 “너무 아쉽다”고 했다.
서민규는 “4년 동안 준비했는데 삼촌(정성준), 누나(정소영)와 함께해서 좋은 시간이었다”면서 “패럴림픽을 위해서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스포츠정책과학원이나 안산시장애인체육회 분들도 그렇고, 문광호 감독님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우는 아들을 한껏 껴안은 어머니 김은희 씨(경기보조)는 “첫 (패럴림픽) 출전이고 기대를 좀 많이 하기도 했는데 막내로서 자기가 뭘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서민규와 김은희 씨는 같이 가족 금반지를 끼고 있었다.
역시나 눈물을 글썽인 정성준은 “(서)민규는 국내에서는 정말 잘하는데 아직 큰 대회 경험은 없어서 이번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이게 좀 안타깝다”라고 했다.
혼성 단체전 메달은 놓쳤으나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건 정성준은 “정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라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했다.
주장인 정소영은 “솔직히 좀 많이 부담스러웠다”라면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도 같다. 막내(서민규)가 아직 어린데도 잘 따라와 줘서 같이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아쉽다”라고 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