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경주=김민규 기자] “오늘에서야 비로소 한화생명의 가치를 증명했다.”

언제든 ‘우승’ 저력이 있는 팀이라 했다. 일각에선 연봉 총합만 ‘100억원’이 넘는 ‘슈퍼팀’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정상을 향한 길목에서 숱한 좌절을 맛봤다. 무려 8년이 걸렸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마침내 연봉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제 다음 시선은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을 향한다.

한화생명은 8일 경주시 황성공원의 경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젠지와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패·패·승·승’을 찍으며 3-2로 승리했다.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폭주전차’란 별명처럼 가속페달을 밟아 결국 정상에 올랐다. 그야말로 ‘눈물의 우승’이다.

이날 한화생명은 1세트부터 이변을 예고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한타 집중력을 앞세워 순식 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제카’ 김건우의 트리스타나가 역전을 일궈냈다. 명품 ‘점프샷’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승리 기쁨도 잠시, 역시나 ‘1황’ 젠지였다. 절치부심한 젠지에 밀려 한화생명은 2·3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배의 기운이 몰렸다. 한 세트만 더 패하면 ‘우승’ 좌절이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4세트. 한화생명의 날카로운 운영과 선수 간 호흡이 빛났다. 운영과 교전에서 젠지를 압도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5세트에서도 한화생명은 초반부터 압박 수위를 높이며 젠지를 괴롭혔다. 라인 운영뿐 아니라 유충 앞, 용 앞 한타에서 젠지를 압도했고 연이어 승전고를 울렸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한화생명은 마침내 ‘우승’이란 두 글자를 새겼다.

모두가 하나돼 우승을 일궜다. 그중에서도 김건우의 트리스타나가 펼친 점프샷은 일품이다. 그래서 MVP에 선정됐다. 이견이 없다. 올시즌 한화생명 유니폼을 입은 ‘도란’ 최현준은 뜨거운 눈물로 기쁨을 대신했다.

경기 후 최인규 감독은 “그동안 우리 팀이 제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증명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그동안 힘든 일도 있었는데 비로소 부끄럽지 않은 한화생명이 된 것 같다.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롤드컵까지 응원해주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 및 각오를 밝혔다.

이제 롤드컵이다. LCK ‘1번 시드’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2021년 롤드컵에 올랐지만 ‘8강 탈락’해 아쉬움을 삼켰다. 3년 만에 다시 도전이다. 또 한번 전 세계 무대에서 연봉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