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 배우들이 영국 배우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올가을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한 뮤지컬 ‘조로:액터뮤지션’ 안무가 크레시다 카레가 한국 배우들의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조로:액터뮤지션’은 28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재치 있으면서도 카리스마 영웅 ‘디에고·조로’ 역은 최민우, MJ(아스트로), 민규(DKZ)가 맡았다. 권위적이고 욕망 넘치는 ‘라몬’ 역은 김승대, 최세용이 연기한다. 치명적인 집시 여인 ‘아네즈’ 역은 홍륜희, 배수정이 캐스팅됐다. 디에고의 연인 ‘루이자’ 역은 전나영, 서채이가, 악에서 선으로 변해가는 ‘가르시아’ 역은 김효성, 조성린이 출연한다. 17명의 앙상블은 화려한 플라멩코와 검술 액션, 악기 연주 등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크레시다 안무가는 11일 서울 대학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에서 열린 ‘조로:액터뮤지션’ 프레스콜에서 침이 마를 정도로 한국 배우들을 칭찬했다.

이번 작품은 영국의 각색·연출과 안무가 등 크리에이터들이 내한해 국내 창작진, 배우들과 함께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은 액터뮤지션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뺄 건 빼고, 강조할 부분은 부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마침내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무대의 완성은 스토리를 전개하는 배우의 힘이다. 뮤지컬 배우가 연기하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액터뮤지션인 경우에는 다르다.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감정선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도 뒤따른다.

이 어려운 일을 한국 배우들이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크레시다 안무가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무 스타일을 이들에게 맞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영국 배우들보다 한국 배우들의 스킬이 훨씬 좋다. 그래서 안무를 조금 더 어렵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조로:액터뮤지션’의 배우들은 또 다른 매력도 지녔다. 바로 작품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된 연습에 단 한 명의 낙오자가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남아 보충수업을 자청했다.

이번 작품의 배우들에게 감동했다는 크레시다 안무가는 “한국 배우들은 굉장히 규칙적이며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한 동작을 가르쳐주면 남아서 연습한다. 배우들을 신뢰했기에 더 쉽게 안무를 구성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습 초반, 액터뮤지션은 배우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았던 장르였다. “무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라”는 주문에도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은 개인적으로 집시 문화를 공부하고, 단체 채팅방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보였다. 혼자 돋보이려고 하기보다 다 함께 무대 완성으로의 길을 닦았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쉴 새 없이 반복 연습했다. 그 결과, 손끝부터 뿜어져 나오는 섬세한 감정 터치가 이뤄졌다.

배우들의 노력은 영국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안무를 창작해냈다. 대표적으로 집시 여인 ‘이네즈’가 친구들과 함께 선보이는 부채춤이 있다.

최세용은 “모든 창작물이 그렇겠지만, 라이선스 공연은 최고의 수고와 노력으로 준비한다. 개인적으로 노력할수록 관객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승대는 “굉장히 열정 가득한 작품이다. 많은 분이 와서 마지막 완주까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관객들을 초대했다.

홍륜희는 “오랜만에 긴장돼 열심히 춤췄다. 관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매일 12시간 피땀 흘리며 열심히 준비했다. 이 열정과 기세를 관객들에게 전달해 공연의 열기를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크레시다 안무가는 “영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액터뮤지션 배우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하는 것들이 조금 어색하고 어렵겠지만,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라며 “배우들이 자랑스럽다. 배우들도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응원했다.

한편 ‘조로:액터뮤지션’은 9월11일부터 11월17일까지 대학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에서 관객들을 1800년대 스페인으로 초대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