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삼성전자 지긋지긋하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장기적으로 묵혀두는 필수 주식이라고 말하기엔 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내부도 시끄럽다. 언젠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사치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16% 하락한 6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갤럭시 S24 출시 등 브랜드 가치 이슈가 있을 때만 잠시 숨통이 트였다. 그 외 다른 날들은 개미지옥에 빠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손절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까지 외국인들이 6조300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이중 삼성전자는 5조9210억 원에 달했다.
금융가에서는 외국인 매물이 쏟아진 것에 대해 반도체 수요 둔화를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 복귀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분열까지 일어났다. 지난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도 시끄러운데 해외 인도 법인에서도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일부 근로자는 불법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이터통신 등 다수 해외 매체에 따르면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삼성전자 공장 직원 약 30%가 지난 9일 이후 조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3년간 100% 단계적 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개선, 새로운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직원들의 평균 월급 3만6000루피(한화 57만6000원)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 지방법원에 직원들의 접근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러한 집단행동이 공장 운영을 방해하고 직원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법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시 해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은 삼성전자 주주들이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살아야만 삼성이 살 수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모여 있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그룹 자체적으로 순매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또 내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과거 노조 리스크를 관리했던 미래전략실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