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이미 한 차례 푸닥거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화두는 OTT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점이다.

독립·예술적인 영화를 발굴해야 하는 영화제가 곧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전, 란’을 선택했다는 점은 기존 영화제의 소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번 사무국이 굳이 ‘전, 란’을 선택한 건 조금 더 대중과 친숙하게 다가가는 축제로서의 기조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그런 가운데 2일 낮 12시 30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전, 란’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상만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수많은 배우들이 참석했음에도, 질문은 박도신 부집행위원장과 감독에게 쏠렸다.

특히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된 경위에 집중했다. 게다가 ‘전, 란’은 목과 팔다리가 마구 잘리고, 혈흔이 낭자하는 면이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개막작에 ‘청불’ 등급을 받은 것도 이례적이다.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영화 후보작으로 봤을 때 정말 재밌게 봤고,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청소년 관람불가를 선택한 것도 모험이긴 하다”라며 “그래도 시도해볼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작품을 떠나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란’은 임진왜란 전과 후, 신분제를 깨고 우정을 다진 무관 종려(박정민 분)와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여러 고행 끝에 다시 만나 결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선택했지만, 이 영화가 앞세우는 메시지는 항일이 아닌 평등이다. 계급을 넘어 우정을 다진 두 인물이 오해로 인해 칼을 맞대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김상만 감독은 “시대를 보는 점은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이번 작품은 신분과 계급에 집중했다. 계급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이 영화는 각자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 그 지점을 잘 담아냈으면 했다”고 말했다.

선조는 철저히 신분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보수적인 인물이며, 종려와 천영은 신분을 넘은 우정을 다진다. 의병장 자령(진선규 분)은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해도 왕이 하사하는 절차를 밟아 보상을 받으려 하며, 천민 출신 의병 범동(김신록 분)은 왕을 끝까지 믿지 못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으로 시대상을 반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 헬조선으로 흘러가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짚기도 했다. 계급을 전면적으로 다룬 ‘전, 란’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은 피했다.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영화를 선정할 때 객관적으로 볼 때도 있지만, ‘전, 란’은 작품을 떠나 꼭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완성도가 높았다. 그 이상 의미를 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