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처음에 덜덜 떨면서 연기했어요. 안 되겠다 싶어 돌아가서 다시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안 그랬으면 지금 저는 없겠죠.”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이례적이다. 영화 오디션을 본 뒤 다시 찾아가는 건 보통 심지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허진호 감독이기에 그랬다.
‘보통의 가족’에서 혜윤 역을 맡은 홍예지는 지난 14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처음 연기를 했을 때 혜윤이 가진 담담함이 안 보였다”며 “처음과 다르게 임팩트 있게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다시 본 소감을 물었다. “후련하니?” “아뇨. 성에 안 찹니다.” 이런 근성이 허 감독을 매료시켰다.
영화는 상류층 두 가정 자녀가 노숙인을 폭행해 숨지게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혜윤은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 딸이다. 해외 명문대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다. 그런 재능을 사건을 은폐하는 데 쓴다. 노숙인이 죽었단 이야기엔 둔감한 표정을, 대학 합격에는 세상 떠나가라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다. 합격 선물로 스포츠카를 사달라는 모습에 재완은 치를 떤다. 자수시키기로 마음을 바꾼다.
홍예지는 “혜윤이는 사이코적인 캐릭터다.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역할이기도 했다”며 “독특한 성격이라 연기하는 데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연이어 주연을 맡은 KBS ‘환상연가’ MBN ‘세자가 돌아왔다’에서 보인 공주 역할과는 사뭇 달랐다. 주연으로 연기가 단련된 올해가 아닌 2년 전 찍은 영화였다. 홍예지는 “캐릭터 분석하는 게 힘들었다”며 “파고들려고 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매주 한 번, 6~7시간씩 캐릭터 이야기가 이어졌다. 배우들과 열띤 토론으로 캐릭터를 설정하는 허 감독다운 접근 방식이었다. 홍예지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며 “처음엔 내가 못 해서 그러시는 줄 알았다”며 웃어 보였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배우가 현장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어요. 저도 편하게 의견을 냈어요. 현장에서도 신 들어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토론을 했고요. 연기할 때도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현장에서 다듬어져서 연기한 것 같아요.”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 가도에 올라섰다. 홍예지는 “결말 이후 이야기를 상상할 수도 있고, 왜 (어른들이) 선택을 바꿨을까 이야기도 할 수 있다. 혜윤은 왜 그럴까. 끊임없는 질문을 할 수 있는 덕분인 것 같다”며 “크게 욕해주시면 좋겠다. 관객들 화를 돋울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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