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특급 선수에게 하드콜은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잘한다. 작은 신체 접촉에도 파울이 불리지 않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한다. 힘과 기술을 마음껏 발휘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다. 지난 19일 부산 KCC 디온테 버튼, 20일 고양 소노 이정현이 그랬다.

화끈하게 시작했다. 버튼은 19일 수원 KT와 개막전에서 40점 16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어시스트 2개에 스틸과 블록슛도 4개씩 기록하며 코트를 집어삼켰다. 6년 전 DB 소속으로 KBL을 정복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2017~2018시즌 후 NBA에 도전했던 버튼에게 이번 시즌부터 달라진 파울 판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기량 발전상을 받았고 이번 시즌 MVP을 노리는 이정현은 더 뜨거웠다. 이정현은 지난 20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에서 43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내내 현대모비스 수비를 압도해 팀의 100-82 완승을 이끌었다. 돌파와 3점슛, 어시스트까지 완벽했다. 이정현의 43점은 국내 선수 개막전 최다 득점. 1997년 광주 나산 김상식의 41점을 뛰어넘었다.

놀랍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KBL이 의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유재학 경기본부장은 이번 시즌에 앞서 심판 판정을 FIBA(세계농구연맹)에 맞출 것을 강조했다.

유 경기본부장은 심판 휘슬이 너무 쉽게 불리면서 이른바 헐리우드 액션으로 불리는 ‘플랍(FLOP)’이 빈번한 점. 그리고 뚝뚝 끊기는 경기 흐름을 문제 삼았다. 쉽게 파울이 불리다 보니 선수들이 끝까지 플레이하지 않고 기술 향상이 더딘 점을 꼬집었다. 몸싸움이 허용되는 농구에서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수용했다.

그 결과 코트 위의 수은주가 한층 올라갔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적극적으로 수비한다. 이정현은 공격뿐이 아닌 수비에서도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동료들과 함께 쉴 틈 없이 더블팀 수비를 펼쳤고 스틸 후 속공 득점을 만들었다. 소노 특유의 강한 수비와 빠르고 쉬운 공격을 이정현이 만들었다.

이정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주 DB 이선 알바노, KT 허훈과 KCC 허웅. SK 김선형과 김선형의 뒤를 잇는 주전 가드로 성장한 오재현. 11월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정관장으로 돌아올 변준형 등 힘과 기술을 두루 갖춘 특급 핸들러가 관중 몰이를 이끈다.

구기 종목 중 가장 득점이 많은 농구다. 농구 특징을 극대화한 빠른 페이스와 다득점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개막전 흐름이 끝까지 이어진다면 KBL이 이번 시즌 목표로 세운 100만 관중 돌파도 불가능하지 않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