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무득점 10실점.
K리그1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울산HD가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 거둔 현재까지 성적이다.
울산은 동아시아 그룹 12개 팀 중 최하위(12위)에 머물러 있다. 유일하게 승점, 득점이 없다. 11위인 센트럴 코스트(호주)도 한 차례 무승부(3패·승점 1)를 거뒀다. 치욕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예견된 사태이기도 하다. 울산은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더딘 행보를 보였다. 특히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설영우(즈베즈다)가 빠진 풀백 보완이 최우선 과제였는데, 영입에 실패했다. 공격수 야고와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영입했지만 나란히 시즌 막판 부상으로 주춤하다. 가뜩이나 울산은 국가대표급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코르파칸)를 논란 속에 해외로 보냈는데 3선에 구멍이 생겼다.
이 외에도 울산은 가뜩이나 주요 포지션의 노쇠화 지적을 받으면서 보강이 필수였다. 내년 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참가를 앞둔 만큼 여름 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더구나 김판곤 신임 감독이 부임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울산은 외인 농사에 실패했다. 마테우스, 켈빈(대전하나시티즌)을 영입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여름 데려온 아라비제(조지아)는 ‘제2 바코’를 기대하며 품었으나 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임하자마자 리그 3연패 도전과 더불어 ACLE, 코리아컵 등을 병행한 김 감독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로테이션을 시행했다. 가용 자원을 넓히려고 했다. 무게 중심은 리그에 뒀다. 목적대로 부임 이후 K리그에서는 11경기에서 8승2무1패 성적을 거두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다만 ACLE 등에서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5일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 원정 경기는 김 감독이 나름대로 힘을 줬다. 나흘 전 안방에서 강원FC를 누르고 3연패를 확정한 뒤였는데, 김 감독은 기존 주전급 요원을 대다수 내세웠다. ACLE 무승 고리를 끊으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러나 우려대로였다. 직전 강원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김영권, 김기희, 보야니치 등 수비 자원은 집중력이 떨어졌다. ‘우승골’을 넣은 주민규 역시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나마 힘을 비축했던 마테우스는 선발로 나섰다가 22분 만에 이청용과 교체돼 물러났다.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보낸 왼쪽 풀백 이명재 대신 뛴 김민우도 경기력이 떨어졌다.
여름 시장의 방심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대로라면 모기업부터 큰 관심을 둔 클럽월드컵에서 망신당할 게 뻔하다. 울산은 오는 겨울이적시장에 다시 지갑을 연다는 방침인데, 김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이 진단하는 선수단 리모델링과 간극을 좁혀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