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빅테크 갑질’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취했다. 플랫폼 규제 선두 주자인 EU가 애플을 첫 타켓으로 잡는 등 직진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을 기다리고 있던 나라들은 개별 과세를 부과하는 등 나라별 행동을 개시했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EU가 애플에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DMA 적용 첫 사례다.
EU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앱 개발자에게 외부 연결 링크 사용 제한과 인앱 결제를 강요했다며, 이는 DMA 위반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제기가 통과할 경우 애플에게 전 세계 매출의 최고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반복적 위반이라고 판단 시 최고 20%까지 오른다.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알려진 DMA는 최근 3년간 각 회계연도의 연간 유럽 매출액이 75억 유로(약 11조2504억 원) 이상인 경우 등이 기준에 맞으면 ‘게이트 키퍼’로 사전 지정한다. 현재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지목했다.
DMA에 대응하기 위한 게이트 키퍼 기업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애플은 애플스토어에서만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던 것을 다른 앱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수정했다. 구글은 항공권 검색 시 자체 예매 서비스 결과만 뜨던 것을 여러 예매 대행사 사이트 목록이 나타나도록 바꿨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도 빅테크를 규제에 나선다. DSA는 온라인 허위 정보와 유해·불법 상품 또는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이다.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 테무 등 허위·불법 상품 판매 방지를 위한 단계로 보인다.
◇ 디지털세 강화, 美 ‘나 몰라라’ 눈치에 각국 개별 움직임
세계 각국에서 개별 과세 정책을 검토 중이다. 디지털세는 빅테크가 연간 최대 2400억 달러(약 335조8800억 원) 규모의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으로 마련했다.
약 140개국이 논의했다. 그러나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다. 미 공화당에서 조약을 반대한 것. 법인 디지털세 시행이 지연되자 개별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개별 과세 정책을 시행했다. 뉴질랜드는 내년부터 유사한 세금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이 디지털세 도입에 지지부진한 이유는 빅테크 기업들이 다수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적용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빅테크에 규제 강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나 트럼프 재당선으로 인해 빅테크 규제 기조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 이번 선거에서 승리 시 디지털세 조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도 빅테크 규제와 관련해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내년 중 스마트폰 소프트웨어(SW) 경쟁촉진법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구글, 애플 등의 앱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을 방침이다. 반대로 중국은 2021년부터 강화해왔던 플랫폼 감독을 빅테크 성장을 이유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을 사후 추정 방식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과 달리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판단, 토종 기업의 성장을 막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강하다. 따라서 개정 추진이 아닌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독과점을 다스리고 자율 규제 중심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업계는 플랫폼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요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의한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 기구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은 국회 과기정통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