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김대우 감독은 오해 속에 살았다. ‘방자전’(2010)이 세상에 나왔을 때 소설 ‘춘향전’ 명예를 훼손했다고 춘향문화선양회로부터 고소당했다. “민족적 노력과 헌신을 춘향이 방자와 놀아난 것으로 묘사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영화 ‘히든페이스’가 공개되자 또다시 발칵 뒤집어졌다. 베드신이 불편하고 불필요한 게 아니냐는 이유였다. ‘음란서생’(2006) 때부터 보여준 애로티시즘에 대한 한국사회 성(性)적 엄숙주의도 한몫했다.
‘히든페이스’를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노출은 ‘방자전’부터 했다. 내겐 가장 절대 요소였다. 차라리 ‘방자전’은 없어도 됐다. ‘인간중독’(2014)도 생략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없으면 안 됐다”며 “저라고 왜 주변 가족 중에 그만하라는 사람이 없겠나”고 한탄 아닌 한탄을 했다.
김 감독은 정사(情事)가 필수 불가결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정점이기에 그걸 빼라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 단 얘기도 더했다. 결코 관객수를 고려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남성중심적 프레임이란 비판에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그런 프레임은 없어요. 정사는 둘이 하는 거잖아요. 남성이 봐도 그 정사고 여성이 봐도 그 정사죠. 여체(女體)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건 자신 있어요. 단순한 노출 영화는 아니잖아요.”
한국영상자료원에 기록된 바로는 영화 ‘춘향전’은 2000년까지 17편이 제작됐다. ‘방자전’이 나온 뒤로 ‘춘향전’은 뚝 끊겼다. 김 감독은 “이제는 그 관계를 똑같이 하기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방자가 인간이었다는 걸 얘기했는데 뭐가 부끄럽겠냐”고 반문했다.
‘히든페이스’를 둘러싼 논란도 예감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영화가 개봉했을 때 더 큰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 영화가 갖는 인간관계의 격렬함, 그걸 넘어선 인간 본능에 대한 진솔함을 사람들이 느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가 논란이 될 것이라 본 건 불륜 그 이상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관객은 초반 성진(송승헌 분)-미주(박지현 분) 관계에 주목한다. 밀실에 갇힌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이 나오면서 한 번 이야기가 뒤틀린다. 반전은 역순행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작된다. 예상하지 못한 수연-미주 관계가 새롭게 드러나며 서사가 뒤틀린다.
김 감독은 “관객에게 일단 오해를 줬다. ‘저런 나쁜 놈’이란 상투성을 입혔다. 3개월 전, 7개월 전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깨부술 수 있다”며 “관객을 숨 못 쉬게 해주겠단 자신감과 마지막에 해결해 주겠단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결론은 셋의 기이한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 김 감독은 “욕망을 따라가다가 파멸하는 얘기는 많다. 그것도 사실은 윤리적 밸런스다. 한번 거슬러 보고 싶었다”며 “현실엔 욕망을 따라가 행복한 인물도 많다. 파괴되지 않은 영화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감정의 아이맥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천마가 달려와야 스크린에서 눈을 못 떼는 게 아니에요.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증오와 집착,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