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꿈의 1000만 관중 시대다. 내년에도 꿈의 숫자에 도달하면, 이른바 ‘쌍천만’ 시대로 접어든다. 1000만 관중은 KBO리그를 산업화할 바로미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이 가장 깊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건, 안정적인 10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일이다.
올해 이른바 야구에 ‘입덕’한 2030세대가 꽤 많다. 10대 관중도 부쩍 늘었다.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사람이 60%에 이르고, ‘가성비 좋은 곳’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곳’ ‘뷰 맛집’ 등의 이유가 따라붙는다. 한 번만 더 곱씹어보면, 일명 MZ세대에게 야구장과 KBO리그가 ‘콘텐츠’가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때문에 지속적인 1000만 관중 시대를 위해서는 일명 ‘자체 제작 콘텐츠’가 필요하다. 최강야구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특성 탓에 끝이 정해진 상태다. 시청률이라는 잣대도 있고, 출연자 몸값 등의 요인도 있다. 방송국 편성 결정권자가 “폐지하자”고 한마디 하면, 간판을 내려야 한다. 야구를 매개로 하는 또다른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신규 팬 유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외부 콘텐츠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10개구단은 각자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갸TV 베어스TV 같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활발하고, KBO와 티빙이 올해부터 경기영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뉴미디어 중계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팬이 만드는 다양한 숏폼 영상도 쏟아진다. 자체 제작 콘텐츠를 생산할 기반은 이미 만들어진 셈이다.
콘텐츠 업계 시각으로 바라보면, 다음 단계는 ‘플랫폼’이다. KBO리그의 모든 콘텐츠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 팬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다. 강력한 ‘락-인(Lock-in)’효과로 DAU(일일 활성 이용자수)가 증가하면, 2차 3차 저작물로 확장도 가능하다. KBO리그 자체가 하나의 트랜스미디어로 진화하는 셈이다.
프로야구에는 야구경기만 있는 게 아니다. KBO리그 특유의 치어리더와 응원문화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중이고, 먹거리, 굿즈, 투어(tour) 등 생활 전반으로 영역을 넓힐 요소가 가득하다. 10개구단 또는 중계사 등이 자체제작하는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 담으면, 글로벌화도 불가능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10개구단은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통합 마케팅이나 플랫폼 설립 등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1000만 관중시대를 넘어 KBO리그 문화를 세계에 전파할 기회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팬이 만들어준 천금의 기회를 구단 이기주의 탓에 날려보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