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앞에는 배우 김태리가 허리춤을 잡고 떡 하니 서 있었다. 옆을 돌아보면 왕자님 같은 인상의 정은채가, 또 다른 쪽에는 안양예고 스타 학생 출신 신예은이 있었다. 신인 우다비에겐 tvN ‘정년이’는 꿈이나 다름 없었다.
오디션을 4차까지 봤다. 윤정년(김태리 분)의 하나뿐인 친구 홍주란 역이었다. 신인이라면 모두가 탐낼 만한 분량과 비중을 가진 역할이었다. 초반부엔 정년이 매란 국극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후반부엔 정년이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 결과를 지켜봤다.
우다비는 서울 강남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정년이가 1회에서 부른 ‘남원산성’으로 오디션을 봤다. ‘소리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게 특이하네’라고 하셨다. 칭찬인지 지적인지 몰랐다. 4차까지 오디션을 봤다. 설레발 안 하고 싶어서 말은 안 했다. ‘제발 되라’는 심정이었다. 붙고 나선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준비기간만 반 년이다. ‘정년이’의 모든 배우가 캐스팅 되자마자 연습실로 향했다. 우다비도 마찬가지였다. 판소리와 극중극, 드라마 연습 등 준비할 게 가득한 작품이었다.
“극중극은 연습실에서 레슨을 받고, 무용 레슨도 받았어요. 태리 언니를 필두로 매란국극단이 하나도 뭉쳤죠. 태리 언니가 실력이 뛰어났는데도 연습을 엄청 많이 했어요. 저희도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죽기살기로 임했어요.”
촬영 초반만 해도 우다비는 그리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관객의 마음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홀린 채 지켜봤다고. 특히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정은채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김태리, 같은 학교 2년 선배 신예은과 함께 한 자리는 자부심과 긍지를 안겨줬다.
“태리 언니는 말할 것도 없죠. 저희 나이 대에서 가장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1위일 거예요. 우리 왕자님 정은채는 제가 정말 좋아한 배우예요. 한동안 제 휴대전화 배경화면이 정은채 언니였어요. 엄청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진 못했어요. 신예은 선배는 안양예고의 문옥경(정은채 분) 같은 존재예요. 인기도 많았고,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라미란 선배는 현장 분위기 메이커였고, 정지인 감독님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정말 가슴 사무치면서 봤어요. 제겐 신과 같은 존재들이에요. 같이 있다는 게 긍지였어요.”
‘정년이’는 동성애 코드가 존재한다. 문옥경-서혜랑(김윤혜 분), 윤정년(김태리 분)-홍주란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연대와 화합, 시기와 질투 등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국 매란국극단을 떠나는 홍주란은 정년에게 “하나뿐인 나의 왕자님”이란 대사를 남긴다. ‘정년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대사다.
“제 연기 인생을 생각했을 때 가장 상징적으로 남을 장면인 것 같아요. 그 장면 찍을 때도 물리적으로 가슴이 아팠어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우정 이상의 깊은 감정이 있잖아요.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각별했잖아요. 많이 맞추지도 않고 태리 언니와 느껴지는 감정에 의존했어요. ‘정년이’는 저에게 많은 걸 남겨준 작품이에요. 제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겠죠.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서 기회에 보답하는 배우가 될 거예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