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계엄 사태 이후 서울 명동이 적막감에 휩싸였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이곳은 이제 발길이 뚝 끊긴 듯 조용하다. 특히 유럽과 미주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명동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상권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변화된 분위기를 토로했다.
9일 낮 시간대에 찾아간 명동. 유럽 관광객 감소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명동의 거리는 평일 낮에도 관광객들로 붐볐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활기가 사라졌다.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동남아, 아시아 계열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아직까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유럽 관광객 발길이 끊긴 것은 확연히 느껴진다”며 “계엄 사태 전과 명동 거리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맞다”고 하소연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럽 국가들의 여행 경보 상향과 불안한 정세가 유럽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막고 있다. 지난 4일 영국 외무부는 “계엄이 해제됐지만 광화문과 대통령실·국회 일대 시위가 예상된다”며 한국을 찾는 자국민 주의를 당부했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명동 한복판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전히 명동을 방문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다”며 “아시아 관광객만으로는 매출 회복이 어렵다. 명동의 특성상 유럽, 미주 관광객 수요가 절실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들은 여전히 명동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명동의 전체 상권을 지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명동거리에서 호객하던 상인도 “아시아 권역보다 유럽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긴 했다. 관광객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계엄 사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명동 상인은 “계엄 사태 이후 유럽 관광객들은 다 짐 싸서 나갔다. 계엄 일주일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망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 명동 상인들도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된다면 상권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관광객 감소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명동을 포함한 서울 주요 관광지는 한국 국가적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외국인 방문객 감소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감소는 단순한 상권 침체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속한 안정화와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