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박연준 기자] “안 싸우니까 너무 좋죠.”

KT 이강철(59) 감독이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1년 쓰면서 익숙해졌다. 없으니 불편하다. 판정 논란이 줄어들면서 경기 운영이 한결 원활해졌다는 평가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1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전을 앞두고 “ABS가 있어서 너무 좋다. 사람하고 안 싸워도 되니까 정말 만족한다”며 웃어 보였다.

KT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ABS가 없는 환경에서 연습경기를 치렀다. 당시 심판들의 판정이 일관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감독은 “호주에서는 심판이 직접 판정을 봤는데, 확실히 일관성이 떨어졌다. 반면 ABS를 사용하니 심판과 다툴 일도 없고, 경기 흐름도 매끄러워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ABS 덕분에 경기 템포도 빨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기가 루즈해지지 않고 빨리 진행되는 것이 장점이다. 선수들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KBO는 ABS 적용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크게 달라진 느낌은 없다. 선수 키에 따라 조정되다 보니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높은 공이 한 개 정도 낮아진 것 같은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장별로 스트라이크 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작년에도 이야기 나왔지만,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다르다는 느낌이 있다. 특정 존이 유독 잘 잡히는 구장이 있고, 그런 점이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ABS 도입으로 포수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심판의 성향을 고려해 포수가 프레이밍(미트로 공을 잡은 뒤 살짝 움직여 판정을 유리하게 만드는 기술)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정해진 존에 맞춰 투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감독은 “이제는 포수들이 존을 보고 공을 던지도록 유도한다. 특정 코스에서 스트라이크가 잘 잡히면 그쪽으로 집중적으로 던지게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자가 나갔을 때 사인이 맞지 않는 경우 포수들이 긴장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주자가 있을 때 ABS 판정을 신경 쓰다 보면 포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은 교육과 실전 경험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