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김용일 기자]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가짐부터 젊다.”

만 60세6개월7일 나이로 프로당구 PBA 시즌 ‘왕중왕전’ 격인 월드챔피언십을 제패한 튀르키예 3쿠션의 리빙레전드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사이그너는 17일 제주도 한라체육관에서 끝난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2025’ 결승전에서 륏피 체네트(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1(1-15 15-2 15-5 15-8 15-7)로 누르고 우승했다.

PBA투어 데뷔전이던 지난 2023년 6월19일 열린 2023~2024시즌 개막전(경주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만 58세9개월9일 나이로 PBA 최고령 우승 기록을 쓴 그는 이 대회를 통해 경신했다. 환갑 나이인 만 60세에 PBA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과거 세계캐롬연맹(UMB) 세계선수권은 물론 월드컵에서도 7회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는 세이기너는 PBA 진출 이후 ‘제2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튀르키예 선수 간의 역사적인 결승전에서도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1세트를 내줬지만 2,3세트에 3점대 애버리지로 체네트를 돌려세웠다. 4,5세트 역시 나란히 애버리지 2.5를 기록하는 등 고감도 샷으로 우승에 성공했다. 준우승한 체네트 역시 “사이그너는 우리나라의 교과서 같은 리빙레전드”라며 인정했다.

사이그너는 최근 발가락 부상으로 PBA팀리그 5라운드와 포스트시즌에 모두 불참한 적이 있다. 그는 우승 직후 당시 심정을 고백하며 월드챔피언십을 통해 부활한 것을 반겼다.

“주방에서 일하다가 냄비가 발가락에 떨어져 골절됐다”고 밝힌 사이그너는 “병원에서 뼈를 맞추면서 응급 조처했다. 한 달간 누워서 생활했다. 훈련할 시간이 적어 기분이 가라앉았다. 가장 슬픈 건 (팀리그에서) 팀을 돕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멘탈을 부여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결과가 잘 따라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 퍼포먼스를 뽐내는 것에 “PBA에 처음 왔을 때 머리카락이 별로 없었다. 이후 튀르키예의 친한 친구에게 모발 이식을 받았는데 젊어졌나 보다”고 농담했다. 그는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 젊고 파워풀하다고 느낀다. 경기력으로 직졀된다”면서 “나보다 15세, 많게는 25세 어린 선수와도 경쟁한다. 그들은 이기고 싶은 열망이 크겠으나 나 역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30대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를 지닌 사이그너는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 1만보 이상씩 걷는단다. 그는 “제주도에 온 뒤에도 부라크 하샤시(튀르키예)와 하루 1만6000보씩 걸었다. 늘 꾸준히 한다”며 “이런 운동은 비시즌에도 더 열심히할 것이다. 난 에너지가 많아서 방출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월드챔피언십 우승 상금 2억을 품은 사이그너는 누적 상금 3억도 돌파(3억5100만 원)했다. PBA투어 데뷔 두 시즌 만에 이 부문 5위로 올라섰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