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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총 쏘느라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2000 시드니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33)이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 훨씬 넘도록 몸담았던 갤러리아 사격단에서 나왔다. 전국체전이 갤러리아 소속으로 나선 마지막 대회였다. 갤러리아는 그 때문에 생긴 팀이다. 올림픽을 통해 ‘사격 요정’으로 떠오른 강초현을 스카우트하면서 2001년 사격단을 창단했다. 그러나 국제대회는 물론 국내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3년 봉황기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 마지막 개인전 우승. 강초현은 지난 시간에 대해 “너무 아쉽다. 선수로서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절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지난 2013년부터 올림픽 메달리스트 배출을 목표로 팀을 재정비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한진섭과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보나 등을 영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지혜를 받아들이며 전력을 강화했다. 변화한 팀에서 강초현도 은퇴하기 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총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으로 훈련에 매진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초현은 갤러리아 퇴단에 대해 “회사에서 먼저 제의했고 나도 받아들였다. 여러가지로 배려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강초현은 오랫 동안 또 다른 꿈이었던 체육 교사로서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년 정도는 쉬면서 재충전하려고 한다. 친구들도 만나고, 골프도 배우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즐겨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총을 내려놓지는 않는다. 개인 자격으로 해마다 전국체전에는 출전할 생각이다. 그는 “더 이상 총을 쏠 수 없을 때까지는 사대에 서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스폰서도 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격 지도자로도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15년 전 시드니에서 2위를 하고도 금메달보다 더한 감동을 안겨줬던 여고생 사수 강초현,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 된 그가 새로운 표적을 위해 재장전하고 있다.
최정식 선임기자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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