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이 경기도 양평의 산길을 하얗게 덮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마주한 파트너는 볼보의 새로운 막내, EX30 CC(크로스컨트리)다. 새하얀 설원 위에 놓인 이 녀석은 마치 순백의 눈송이가 뭉쳐져 만들어진 듯 투명하고 단단해 보였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니, 엔진의 진동 대신 고요한 적막만이 흐른다. 이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채우기 위해 라이즈(RIIZE)의 ‘Love 119’를 재생했다.
“뺏긴 내 맘이 다시 / 나를 덮쳐와, You save my life”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몽환적인 비트로 이어지는 도입부는,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운 출발과 닮았다. 익숙한 올드 팝을 샘플링해 세련되게 재해석한 이 노래처럼, EX30 CC 역시 볼보라는 정통의 헤리티지 위에 ‘전기차’라는 최신 트렌드를 완벽하게 입혔다.
차에서 내려 바라본 전면부. 눈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는 당차다 못해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휠하우스를 꽉 채운 19인치 휠은 금방이라도 눈길을 박차고 나갈 기세다. 노래 가사 속 ‘1-1-9’라는 외침처럼, 이 녀석의 디자인은 보는 이의 시선을 긴급하게 사로잡는 ‘비주얼 쇼크’를 선사한다. 작다고 얕봤다간 큰코다칠, 매운맛을 품은 ‘작은 거인’이다.


실내로 들어오니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린다. “설레는 맘은 문득 / 계획과 달라지곤 해”라는 노랫말이 딱이다. 기존 자동차의 문법을 과감히 깼다. 계기판은 사라졌고, 물리 버튼은 자취를 감췄으며, 윈도우 스위치는 문짝이 아닌 센터 콘솔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어 손이 허둥댔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팔을 뻗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미니멀리즘의 극치, 불편함을 새로움으로 치환한 볼보의 과감한 ‘계획’이 통한 셈이다.


본격적으로 눈 덮인 양평의 산길을 올랐다. 노래의 비트가 빨라질수록 차의 움직임도 경쾌해진다.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바닥을 움켜쥐는 안정감은 ‘안전의 대명사’ 볼보답다. 엑셀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토크가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며 언덕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겨울 풍경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처럼 아련하게 겹쳐진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붉은 노을이 하얀 차체 위로 내려앉았다. EX30 CC는 화려한 치장보다는 본질에 집중하며, 운전자의 마음을 뺏고(Steal heart), 안전하게 지켜주는(Save life) 존재였다.




“너를 찾은 그 순간 / 터질 듯한 내 Heart”
마지막 가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 겨울의 끝자락, 하얀 설원 위에서 만난 볼보 EX30 CC는 마치 첫사랑처럼 예고 없이 다가와 기자의 마음속에 ‘비상경보’를 울렸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