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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지소연(가운데) 박은선(오른쪽)이 지난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스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준 뒤 경기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을 동시에 해낸 ‘윤덕여호’. 빛나는 성과만큼이나 다음 대회를 앞두고 더욱 튼실한 로드맵을 구상하는 데 경험을 체득했다. 특히 지난해 남자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믿고 쓴’ 유럽파가 예상치 못한 부진에 허덕인 것처럼 여자 대표팀도 유럽파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윤덕여호가 이번 대회에서 목표 달성엔 성공했으나 ‘유럽파 공격 듀오’ 박은선(로시얀카)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기대보다 저조한 활약을 펼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제공권이 좋은 ‘박라탄’ 박은선과 2선에서 공수 조율이 가능한 ‘지메시’ 지소연의 시너지는 윤덕여호의 최대 승부수였다. 그러나 둘이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건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전 59분에 불과하다. 홀로 공격진을 누빌 때 상대 견제에 막히면서 개인적인 능력을 극대화하기 어려웠다. 특히 박은선은 지난 3월 키프러스컵에서 왼 발목을 다친 데 이어 4월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악화했다. 대표팀 소집 전엔 왼쪽 뿐 아니라 오른 발목 상태까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 감독은 파괴력을 지닌 박은선의 활용 가치를 두고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하지만 좀처럼 발목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조별리그 2경기에 결장했다. 스페인전 59분, 프랑스와 16강전 55분을 뛰며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지소연도 코스타리카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으나 ‘월드 스타’의 위용을 펼치기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스페인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근육 경직 부상으로 프랑스전엔 벤치만 지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브라질 월드컵 당시 국내파 비중은 3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기형적인 의존도는 본선 참패로 이어졌고, 오히려 김신욱 등 K리거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기점으로 유럽파가 늘어난 상황에서 브라질 월드컵은 유럽파 의존도가 지금까지는 가장 컸다. 그러나 월드컵은 유럽리그 시즌을 마치고 열린다. 일부 톱클래스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가장 지치고, 컨디션이 내림세를 보이는 시기에 월드컵 무대에서 제기량을 펼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유럽파를 다수 보유한 적이 드문 아시아권 팀으로선 선수단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시아 4개국이 몰락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실패 경험을 벗삼아 국내파, 해외파 자원을 별도로 구분해 더욱 체계적인 컨디션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더 익숙하지 않다. 월드컵 호성적을 위해 반드시 뽑을 수밖에 없었던 박은선과 지소연이다. 다만 현재의 상태에 관한 주도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많다. 기본적인 능력과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태에 집중하다 보니 본선에서 잔부상에 시달리는 변수로 이어졌다. 팀으로선 목표 달성에 성공했으나 박은선 지소연에겐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회다. 울리 슈틸리케 남자 대표팀 감독은 현재의 기량과 연속성을 선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남자보다 선수층이 엷은 여자이나 최소 해외파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