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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방준석과 백현진, 두 사람의 새로운 프로젝트 ‘방백’이 오는 28일 앨범 ‘너의 손’을 발표한다.
이승열과 함께했던 전설의 2인조 밴드 유앤미블루 활동과 <공동경비구역JSA>, <라디오스타>, <베테랑>, <사도> 등 화제의 영화음악작업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는 행보를 보여온 기타리스트이자 음악감독 방준석. 그리고 음악, 영화, 배우, 미술 갖은 예술 영역을 넘나드는 독보적 스타일로 세간의 일관된 호평을 이끌어낸 아티스트 백현진. 단순한 공연 파트너에서 백현진 with 방준석으로, 다시 방백으로 이름을 바꾸며 이어온 이들의 인연이 아름답다.
더불어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사용된 프로젝트 명이 방백이라는 점도 절묘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해당 배우와 관객만이 들을 수 있는 대사 ‘방백’. 장르를 비롯한 그 어떤 구획도 상관없이 대중음악의 영역 안에서 ‘잠깐 어른으로서 일을 해 보고 싶었다’는 이들의 말은 곧, 지금 자신들이 발을 붙이고 있는 곳에서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부드러운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앨범은 그들의 선언 그대로 방백 두 사람의 올곧은 의지에서 태어났음을 온 몸으로 증거한다. 노래 한 음, 가사 한 소절 할 것 없이 신중하고 배려 깊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련만, 김오키, 림지훈, 서영도, 손성제, 신석철, 윤석철 등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동료들과의 협연은 앨범을 두 사람이 추구했던 이상을 넘어선 곳에 자리하게 만들며 매력을 한층 더한다.
앨범의 전반부는 그런 이들의 조심스런 신경전이다. 백현진이 솔로작 <반성의 시간>(2008)을 통해 선보였던 고유한 정서를 방준석의 결 고운 손길이 매만지는 사이, 드럼이, 색소폰이, 건반이 불현듯 도발한다. ‘심정’에서 꼬깃꼬깃하게 쪼그라들었다 다시 펼쳐지는 백현진의 목소리를 위무하는 방준석의 어쿠스틱 기타와 손성제의 클라리넷 연주, 곡 시작 5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어둠’의 후반부는 실력자들의 신경전이 전하는 청각적 자극의 극대화다.
줄곧 축축하게 서로를 옭아매며 무게를 더해가던 앨범은 중반부를 지나며 비로소 건조한 대기와 빛의 영역에 진입한다. 전환점은 ‘변신’이다. 변할 수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불투명한 희망을 투박하게 던지던 목소리가 소리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 급작스레 맑게 개인 얼굴을 드러내는 ‘한강’의 전주는 방백이 이 앨범으로 듣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어하는 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이 노래가 혹시나 너에게 가서 ‘행진’ 같은 노래처럼 힘이 된다면’이라며 전에 없이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하거나(‘바람’) 마치 골목대장처럼 선창 뒤 합창을 유도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찬양하는 마지막 곡 ‘동네’에 달하면(열 한 번째 곡 ‘정말’은 음반으로만 접할 수 있다) 이 예상은 확신의 영역에 들어선다.
백현진은 이 앨범을 두고 ‘물건’이라 표현했다. “잘 정리해서 물건을 내놓을 테니, 잘 이용하시면 좋겠다”고. ‘음악계를 뒤흔들 역작’이라거나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의 산물’이라는 둥의 간지러운 묘사는 일체 사절이다. 수십 년의 느슨하고 질긴 연으로 얽힌 두 사람의 시간과 연대가 참으로 잘 정리된, 우리 시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어른스런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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