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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내가 데뷔시켰던 전지현과 ‘천사들의 편지’를 촬영하고 싶다. ”연예계 스타의 온화한 미소와 똘망똘망한 아기의 눈망울이 어우러지는 흑백사진이 매년 훈훈한 세밑 풍경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14년째를 맞은 사진작가 조세현 (58.중앙대 석좌교수)의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가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온다.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인사이트아트센터 제2전시관에서 ‘촛불’이란 주제로 을씨년스러운 연말을 따뜻하게 밝힌다. 조세현 작가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의 인물사진, 광고, 2000년부터 노숙인, 입양아, 장애인, 이주민, 소수민족 등을 위한 재능기부활동을 전개해 2011년 소외계층 복지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UN 난민기구 공로상, 올해의 패션사진가상, 문화봉사 표창장, 이해선사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 2003년 시작한 캠페인 ‘천사들의 편지’에 올해는 아이오아이 김소은 김숙 서현진 성훈 신동엽 이제훈 안재현 여자친구 이재윤 이준기 제시카 B1A4 진영 홍종현 등이 참여했다. 그간 배우 이병헌 김혜수 최지우 이민호 가수 빅뱅 소녀시대 2NE1 방탄소년단 2PM 이승기 지휘자 정명훈 야구스타 박찬호 탁수선수 유승민 등이 조세현의 카메라앞에 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천사들의 편지’가 15주년을 맞는 내년, 풍성한 이벤트로 국내는 물론 해외 순회 전시회도 가질 계획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한남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조세현은 ‘천사들의 편지’ 캠페인을 지속해온 보람과 연예계 스타들과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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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타들과 영아들을 촬영할 때 다른 점이 있나.배우들은 촬영하러 와서 30분에서 1시간이 지나면 확 바뀐다. 다들 바빠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촬영 때도 있는데 매니저가 ‘빨리 찍어야 하는데’라고 말해도 그냥 놔둔다. 30분안에 촬영을 마쳐야 하면 보통 25분간 놔둬도 약속시간보다 일찍 찍고 간다. 그 25분간 일이 벌어진다. 아기랑 눈도 맞추고 우유도 주고. 아무 생각없이 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오는 아이돌도 와서 배우고 알게 돼 촬영이 끝나도 안간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도 한참 바쁠 때 촬영했는데 지드래곤은 매니저의 독촉에도 “애기 더 보고 가겠다”고 하더라. 스타들이 촬영하러 와서 변해가는 걸 느낀다. 한순간이지만 새로운 걸 느끼게 된다. 인간이 뭔지, 고아가 뭔지, 부모가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많이 울고 가는 친구들도 있고 대부분 좀더 있고 싶어하지만 할 수 없어 간다. 걸그룹은 촬영하러 와서 서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안고 싶어해서 ‘아기 쟁탈전’까지 벌어진다. 촬영때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기 발끝에라도 닿고 싶어하는 예쁜 마음이 보인다. 매니저가 가자고 해도 쉽게 못떠나는 그런 스타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팬들에게 점점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는 배우 서현진도 왔는데 참 마음이 곱더라. 보통 스타들이 오면 아기들과 만나기 전에 ‘아기랑 살도 많이 부딪치고 평소 많이 안안아준 애라 계속 안아줘라’ 등의 설명을 한다. 서현진은 내 말에 눈이 동그래지면서 ‘진짜 고아냐’고 묻더니 굉장히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안멈추더라. 촬영 후에도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라 내가 옆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일주일 뒤 아기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해왔고 후원을 약속해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 아이는 좋은 가정을 빨리 만날 것 같다. -스타들이 안고 촬영한 아기들은 입양이 잘된다고 들었다.촬영한 아이들 대부분이 입양된다. 대한사회복지회 ‘천사들의 편지’에 참여한 아이들은 매년 80~ 90%가 입양된다. 전체 입양률 20%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처음에 한 사회복지사가 이메일을 보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지만 최근 남자 모델을 많이 쓰는 게 남자 아기들의 입양이 잘 되지 않는다. 입양아 예약상담을 하면 여자 아이에 집중돼 남자 모델은 남아와 여자 모델은 여아와 촬영하는 만큼 남자 모델 중심으로 촬영을 많이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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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아기를 한 화면에 담기 힘들것 같은데.3~4년간은 아기사진을 찍기 힘들었다. 내 사진에는 모델이 99% 카메라를 본다. 안볼 경우는 아기가 자거나 눈을 못뜨는 경우다. 사람의 영혼은 눈으로 교감하기 때문에 아기도 눈으로 호소하고 메시지를 전한다. 아기들 눈을 찍는 게 너무 힘들어 터득하는데 4~5년이 걸렸다. 수백장을 찍어야 확률이 높다. 어떤 배우들은 자기와 아기가 같이 카메라를 보는 게 너무 형식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일일 엄마 아빠니까 행복한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으로 촬영한다. 전시회 때 하루에 2000~3000명이 오는데 전시장에 가보면 2m 크기의 사진속 인물들이 다 나를 쳐다봐 어떨 땐 20명과 눈이 맞주쳐 섬찟하기도 하다.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 다를 것이다. 부모에게 버려진 영아들의 슬픔이나 인간의 죄의식도 느낄 수 있고 휴머니티, 사랑도 느끼고 아이돌스타의 팬들이라면 행복도 느낄 거다.
왜 어린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쓰냐고도 하는데 관람객의 50%가 젊은 친구들이다. 입양할 만한 나이대의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10년 20년 뒤 지금의 아이돌 팬들이 입양을 결정할 때 ‘예전에 빅뱅 소녀시대가 아기들과 함께 했었지’하고 입양이 쉽게 다가갈 것 같아서다. 사진전에는 미혼모 사진도 꼭 들어간다. 미혼모를 장려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는 전쟁으로 고아가 됐다면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와 10대들의 출산으로 교육적인 이유 때문에 아이들이 버려진다. 여고에 탁아소가 있는 프랑스나 대만처럼 미혼모가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미혼모가 줄고 그래야 버려지는 아이들도 줄지 않나. 여고생을 5~6년 지원하는 게 아기가 고아가 돼 20년간 지원하고 그 아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 드는 사회적인 비용과 비교가 안돼 고민해봐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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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천사들의 편지’에 함께 하고 싶은 스타는 누구인가.전지현은 꼭 해야 할 것 같다. 중학교 때 내가 데뷔시킨 스타여서 적절할 때 제안하려고 한다. 안젤리나 졸리는 내년 15주년 전시회에 초청하고 싶다. 어떨 때는 스타들한테 전화가 오기도 한다. “선생님 너무 하신거 아니예요? 왜 나 안불러요?”하는 스타도 있다. 아기랑 있는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 김혜수는 “때 됐잖아요. 갈게요”하고 여러 번 왔다. 지금 군대에 가있는 이승기도 사진으로는 나랑 데뷔했는데 아기를 좋아한다. -14년간 해오면서 힘든 시기도, 보람도 있었을 것 같다.내가 운이 정말 좋다. 이 시대니까 가능했다.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데다 연예인들도 좋아하지 않나. 여러 캠페인중 영아들과 함께 하면서 4~5년째는 그만두려 했다. 다들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하더라. 순수성을 의심하고 여자 연예인들의 손톱이 길면 그것조차 트집잡더라. 아기들은 원래 벗는 걸 좋아하는데 추운 12월 전시 때 아기들이 옷을 벗은 것도 뭐라 하고 모델들을 홍보를 위해 쓴다고 해서 고민 많이 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회복지사들이 있고 격려해주는 분들도 많았다. 입양가족들이 내 사진을 통해 입양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가 자연스레 자신이 오픈되며 용기를 얻었다고 하더라. 지난주 입양가족 100팀과 연말 모임을 가졌다. 그런 게 용기가 돼 지속할 수 있었다. 10회쯤 되니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하고 SNS를 통해 관심도 많아져서 기분좋다. 연예인들의 경우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이 변해가는 계기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됐다고 말해주고 재단을 만드는 친구들이 나왔을 때 ‘천사들의 편지’가 연결고리가 됐다면 만족한다.해외의 경우 동물보호 등 환경캠페인을 수십년씩 해온 사진가가 있다. 나 역시 완성된 게 아니라 이 캠페인을 계속하며 사진을 하는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돼 다큐사진가, 상업사진가 뿐만 아니라 다른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입양아 숫자는 언젠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입양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아지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셀러브리티의 진정성이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hjcho@sportsseoul.com배우 서현진.사진|아이콘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