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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톱스타 전지현의 아성 앞에서 당당했다.
수목극장에서 전지현의 출산후 복귀작 SBS ‘푸른바다의 전설’(이하 푸른바다)과 경쟁한 KBS2 ‘오 마이 금비’(이하 오금비)의 허정은과 MBC ‘역도요정 김복주’(이하 김복주)의 이성경의 이야기다. 두 드라마에서 각각 타이틀롤을 맡은 허정은과 이성경은 각각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동심과 풋풋한 청춘으로 팬들의 환심을 사며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1일 16회로 끝맺음한 ‘오금비’와 ‘김복주’는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20%에 육박하는 ‘푸른바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팬들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드라마로 입소문이 나며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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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비’는 니만피크병이라는 희귀병으로 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는 유금비(허정은 분)의 애틋한 이야기로, 방영전만 해도 이번 수목극장 대결에서 최약체로 예견됐다. 뻔하디 뻔한 최루성 신파극이 될 줄 알았던 것인데, 타이틀롤을 맡은 허정은이 이 예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거침없고 당돌한 연기력으로 안방팬들의 혼을 쏙 빼놓았고, 비타민 같은 캐릭터로 자신의 죽음을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줬다. 기억을 잃어가며 죽음을 앞두자 가족과 주변을 생각해 스스로 보육원행을 결심하고, 관에 직접 누워보고 덤덤하게 자신의 지난 날을 돌아보며 감사한 인연을 되짚어보던 장면들에 시청자들을 단순히 눈물바다로 이끌기보다는 삶과 죽음, 주변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큰 메시지가 담겼던 것. 이렇듯 아역배우의 호연과 작품성이 어울어진 ‘오금비’는 첫회부터 입소문이 나며 꾸준히 수목극장 2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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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주’는 대학교 역도부 유망주 김복주가 의사선생님을 짝사랑을 하고, 같은 학교 수영부의 정준형(남주혁 분)이 학교 퀸카이자 체조부 송시호(경수진 분)와 헤어지고 김복주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진 풋풋한 대학생 로맨스였다. 엇갈렸던 두 남녀주인공의 사랑의 짝대기가 서로에게로 향하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은 뻔한 듯하지만, 신선한 2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김복주’는 파릇파릇한 대학생들로 가득한 대학교를 실제로 지켜보는 듯 즐거웠다. 역도선수라고 하기에 이성경의 미모가 너무 출중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여주인공은 예뻐야한다”는 팬들의 로망을 생각하면 이성경은 ‘김복주’로서 훌륭히 제 역할을 했다. 데뷔 3년만에 맡은 지상파 미니시리즈 첫 주연작이었음에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타이틀롤을 잘 소화했다. 같은 소속사의 남주혁과의 친분을 십분 활용해 남녀 주인공 케미를 잘 살려내며 안방팬들에게 설렘지수를 한껏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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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오금비’와 ‘김복주’의 호평은 드라마 관계자들에게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김복주’와 ‘오금비’는 ‘푸른바다’의 절대우위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참신한 배우들을 기용하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톱스타 캐스팅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비를 현실화 해야하는 고민에도 답이 될 수 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드라마 제작비는 일단 톱스타 캐스팅이 주요인이다. 물론 톱스타들이 가져오는 효과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톱스타 캐스팅이 드라마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제작진들이 신선한 배우로도 호평받는 드라마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한다는게 ‘오금비’와 ‘김복주’의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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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