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민 최효진
전남의 베테랑 현영민(왼쪽)과 최효진이 18일 제주 서귀포 공포천 전지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 | 김현기기자

[서귀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실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현영민)

“윙백은 스태미너 아닌가요?”(최효진)

제주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전남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많은 젊은 팀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후배들과 어울리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두 고참 존재는 더 없이 소중하다. 3-4-3 포메이션의 좌·우 윙백을 맡고 있는 현영민(38)과 최효진(34)이 바로 그들이다. 최고참과 주장을 각각 맡고 있는 현영민과 최효진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포지션 윙백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올해 구단과 재계약하며 2017시즌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둘 다 성실하고 후배들과 격의 없이 어울린다. 인격적으로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둘을 18일 만나 ‘롱런의 이유’와 현역 마지막 팀이 될 지도 모를 전남 구단에서의 삶을 들어봤다.

◇이겨야 했던 적에서, 절친한 선·후배로…

적이었던 둘이 지금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바뀌었다. 2002년 울산을 통해 프로 데뷔한 현영민은 3년 뒤 인천에 입단한 최효진과 마주친다. 최효진이 장외룡 당시 인천 감독 제의에 따라 공격수에서 라이트백으로 포지션 변경하며 둘의 격돌이 이뤄졌다. 현영민은 “난 왼쪽 측면에서 뛰고, 효진이는 오른쪽 측면에서 뛴다. 그러니 경기 중 서로를 넘고 이겨야 하는 상황이 곧잘 나왔다. 잘 하는 후배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둘은 2010년 나란히 서울로 이적, 팀의 10년 만의 우승을 공헌하면서 가까워졌다. 2014년 현영민이 전남에 새 둥지를 틀었는데 1년 뒤 최효진도 전남으로 왔다. 최효진은 “늘 열심히 운동하고 후배들에 모범이 되는 형을 보면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같은 윙백이지만 서로의 스타일이 달라서 (현영민)연구도 많이 하게 됐다. 난 가운데로 파고드는 축구를 하지만 영민이 형은 터치라인에서 반 박자 먼저 올리는 ‘얼리 크로스’가 장점이다”고 소개했다.

동고동락한 둘은 이제 가족들까지 친분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현영민은 “아내끼리도 친하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다. 오프시즌엔 우리 둘에 정조국(강원) 박용호(강원 코치)까지 함께 만나기도 한다. 나이 먹으니까 외로운 느낌도 들었는데 효진이가 있어 의지가 많이 된다”고 했다. 최효진은 “영민이 형을 어려워하는 후배가 없다는 게 좋다”고 했다.

◇축구중심 생활+친화력+스태미너…‘롱런의 이유’

현영민은 이동국(전북) 이정수(수원) 김용대(울산)와 함께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참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 최효진 역시 한국 나이로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손꼽히는 베테랑이 됐다. 둘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롱런 코드’는 ‘똑같은 삶’이다. 최효진은 “늘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움직인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했다. 지금은 가족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현영민은 내 좌우명이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한결 같이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뜻)’다. 모든 생활의 우선을 축구에 둔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소개했다. 둘은 “작년에 5등을 했으니 올해는 꼭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확보로 웃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똑같은 삶’이란 전제 아래 현영민은 “실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오래 현역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대인 관계와 친화력이다. 그는 “36살 이상이 되면 실력도 기본이 되어야지만 구단이나 감독과의 궁합, 관계 등도 매끄러워야 한다”고 밝혔다. 최효진은 스태미너를 들었다. “윙백은 위 아래를 계속 오가니까 결국 스태미너가 사라질 때 끝난다”는 최효진은 “그런 면에선 난 관리도 잘 했고 체력도 타고난 것 같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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