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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극일’을 위해선 ‘한국산’ 골키퍼를 넘어야 한다.
올해 일본 J리그의 화두 중 하나는 한국인 골키퍼다. 지난해 김승규(고베)와 정성룡(가와사키) 이범영(전 후쿠오카)이 K리그 클래식을 떠나 J리그 1부로 줄줄이 이적해 이슈가 된 가운데 올해 3명의 수문장이 더 J리그 1부 구단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이범영이 후쿠오카를 떠나 올해 강원으로 복귀했으나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구성윤(삿포로)이 각각 소속팀 승격을 통해 1부로 진출했다. 전북 문지기 권순태가 지난해 정규리그와 FA컵을 석권한 가시마에 뒤늦게 입단하면서 올해 J리그 1부에서 주전으로 뛰는 한국인 골키퍼는 총 5명이 됐다.
그 중 권순태와 정성룡 등 두 문지기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첫 판부터 K리그 구단과 부딪힌다. 올해 ACL 조별리그는 21~22일 첫 라운드를 벌이는데 일본 원정을 떠나는 두 팀, 울산과 수원 삼성이 각각 가시마, 가와사키와 붙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아시아 무대로 복귀한 울산은 21일 가시마와 E조 1차전을 치른다. 수원삼성은 하루 뒤인 22일 가와사키와 G조 원정 경기를 벌인다.
묘한 운명이다. 우선 권순태는 지난 달 중순까지만 해도 친정팀 전북을 통해 ACL 2연패 도전에 나설 운명이었다. 하지만 기존 골키퍼 소가하타 히토시(38)의 노쇠화를 우려한 가시마가 권순태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북의 ACL 출전권 박탈 결정이 발표될 때와 맞물려 권순태의 가시마행이 이뤄졌고 결국 그는 친정팀 대신 아시아 무대에 나서게 된 울산과 맞서게 됐다. 권순태는 18일 열린 일본 슈퍼컵에서 팀의 3-2 승리를 이끌며 데뷔전부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성룡은 만감이 교차한다. 수원 삼성은 그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골문을 지켰던 곳이다. 가와사키의 ACL 복귀전에서 정성룡은 친정팀을 만난다. 그는 올 초 스포츠서울을 통해 “이런 게 축구구나란 생각이 든다”며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 삼성전이 임박해서는 “지금은 가와사키에 있기 때문에 이 팀을 위해 뛰겠다”며 마음을 다 잡았다.
올해 K리그 구단의 ACL 행보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 일본 호주 구단들의 수준이 높아진 반면 K리그에선 가장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전북이 빠졌기 때문이다. 첫 라운드가 매우 중요해졌는데 일본으로 떠나는 두 팀 앞에 한국인 골키퍼가 벽으로 등장했다. 운명도 이런 운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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