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t 위즈, 한화전 9-1 대승! 로치 6이닝 1실점 호투!
kt 위즈 선수들이 19일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9-1로 승리한 뒤 마운드에 모여 하이파이브로 자축하고 있다. 2017.03.29.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막내구단 kt가 시범경기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범경기 개막 이후 5승1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팀 타율 0.314로 롯데(0.325)에 이어 2위, 팀 방어율 2.50으로 NC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득점은 44점으로 가장 많았고 실점은 15점으로 가장 적었다. 공수에 걸쳐 명실상부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시범경기 결과라고는 하지만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치다.

kt는 시범경기에서 삼성, KIA, 한화 등을 상대하면서 안정된 마운드와 고른 타선의 완벽한 조화로 무패가도를 달렸다. 무엇보다 선발진의 안정된 호투가 ‘계산이 되는 게임’의 밑거름이 됐다. 새 외국인투수 돈 로치를 필두로 선발투수들은 모두 4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모두가 1실점 이하로 상대 타선을 묶었다. 로치는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14일 삼성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1선발의 자존심을 지켰고 두 번째 등판이었던 19일 한화전에서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2승을 거머쥐었다.

주권과 정대현, 고영표, 정대현 등 토종 선발투수 후보들도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뽐냈다. 중국 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주권은 17일 KIA를 상대로 5이닝 1실점하며 한층 성숙한 피칭을 과시했고 사이드암 고영표는 이튿날 한화 타선을 5이닝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5이닝을 막는데 던진 공은 단 59개에 불과했다. 피어밴드는 16일 KIA전에서 4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고 좌완 정대현도 15일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심재민, 조무근, 최대성, 장시환, 김재윤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한 불펜의 힘까지 더해지면 kt가 여느 형님 구단 못지 않은 힘과 두께를 갖췄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타선은 상하위 타선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뢰밭이 됐다. 경기당 평균 7.3점을 뽑아냈을 정도로 집중력이 빼어났다. 단지 안타가 많고 타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주자가 출루할 때마다 어떻게든 홈으로 불러들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베테랑과 신예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현재는 물론 미래가치까지 높이고 있다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이진영(0.545)과 이대형(0.538) 등 베테랑이 5할대 타격으로 팀 공격의 중심을 잡고 있고 하준호, 심우준, 김동욱 등이 연일 불방망이를 뿜고 있다. 하준호는 15타수 5안타 타율 0.333에 3타점 1도루를 기록하는 한편 눈을 의심케하는 호수비로 팬들을 환호하게 했고 심우준도 21타수 8안타 타율 0.381의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동욱은 5개의 안타 가운데 2개를 2루타로 장식하는 장타력을 과시했고 내야 기대주 정현은 19일 팀의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일단은 투타의 조화가 어우러져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돌풍을 이어가기 위한 과제도 산적했다. 대체로 스프링캠프 이후 시범경기에는 선수들의 페이스가 뚝 떨어지는 시기다. 바닥까지 컨디션을 떨어뜨린 뒤 시즌 개막에 맞춰 서서히 리듬을 끌어올리는 것이 보편적인데 시범경기 초반 kt의 행보는 이런 흐름에는 어긋나 있다. 올시즌엔 시범경기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시범경기 페이스를 그대로 정규시즌까지 끌고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지만 지나치게 빨리 장기레이스에 시동을 걸다보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kt는 지난해에도 김사연, 유한준, 이진영 등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던 경험을 했다. 기존 팀들에 비해 가용선수 층이 좁은만큼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kt의 돌풍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태풍의 전주곡’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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