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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에게는 ‘신태용의 축구는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역전패한 장면, 2016 리우 올림픽 8강전에서 온두라스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진 장면 등이 그런 가혹한 평가의 증거물처럼 회자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평가를 재검토해야할 때가 됐다. 신태용 감독이 만들어가는 팀은 ‘공격지향적’이어서 수비가 약한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수비’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화했다.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 이승우의 폭발적인 골과 백승호의 페널티킥 골이 강렬하게 기억됐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상대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후반전의 수비력이었다. 측면에서 넘어오는 크로스가 많고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가 좋은 아르헨티나를 대비해 마련한 유연하게 변화하는 스리백이 힘을 발휘했다. 미리 상대를 분석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덕에 버텨낼 수 있었다. 스리백의 중앙수비로 나선 김승우(연세대)는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를 오가면서 상대 에세키엘 팔라시오스가 위험지역으로 공을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대인방어를 했다. 공중볼 처리를 맡은 정태욱(아주대)이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하러 뛰어나가거나 공중볼을 다투면 김승우와 이상민(숭실대)이 뒷 공간을 커버하면서 2차적인 위협을 막았다.
신태용 감독의 수비가 강해진 것이 수비수들만의 공은 아니다. 신 감독이 상대를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면 선수들이 이를 경기력으로 실현해내면서 팀 전체가 견고해졌다. 전방의 미드필더들은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는 타이밍을 약속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패스가 나갈 길을 차단한다.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하면서 생기는 빈자리는 가까이의 다른 선수들이 포지션에 상관없이 메우면서 공간을 줄인다.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훈련을 통해 약속한대로 움직이고 있다. U-20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세트피스 수비상황도 반복훈련을 통해 역할을 나눴다. 지역방어를 기본으로 하면서 상대 주요 득점원에 대한 대인방어를 혼합했다. 공을 짧게 처리할 때 누가 달려나가 막을 것인지 등 세부적인 상황을 설정해 서로의 움직임을 약속하면서 본선 무대에서는 세트피스에 의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후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다보니 수비가 약해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를 보여준다면 이제는 약하다는 평가를 할 수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말처럼 U-20 대표팀과 신태용의 축구는 “세계로 나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수준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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