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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아직 100% 전력은 아니다. 디펜딩챔피언 두산이 멀티 플레이어들을 활용하는 운용의 묘를 앞세워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내외야진에 여러 자리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릴 계획이다.
현재 두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내야수 최주환(29)이다. 24일 현재 시즌 타율 0.346로 날카로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최주환은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 상대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무너뜨리는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두산은 최주환의 홈런 후 닉 에반스의 결승 솔로포까지 폭발하며 올시즌 가장 극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금요일 경기가 시즌 첫 3연전 싹쓸이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큰 경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최주환의 활약으로 정상궤도로 올라서고 있는 두산이지만 마냥 만족할 수는 없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막강 타선의 위용을 회복하려면 페이스를 올려야 하는 타자들이 남아있다. 최주환 외에도 양의지, 민병헌, 김재호, 박건우가 5월 타율 0.370 이상을 올리고 있지만 팀 전체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016시즌 두산은 규정타석을 소화한 8명 중 6명이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하며 지뢰밭 타선을 구축했다. 두산을 상대한 수도권 구단의 한 선발투수는 “두산과 경기에서 전광판을 보고 있으면 한 숨부터 나온다. 도무지 쉬어갈 수 있는 타자가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앞으로 오재일, 오재원, 허경민까지 올라서면 자연스레 ‘지뢰밭 타선 시즌2’가 시작된다.
김 감독을 이를 위해 야수진 운용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 감독은 최주환이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으며 오재원의 출장기회가 줄어든 것에 대해 “재원이가 꾸준히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면서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내야수들 모두 멀티가 되니까 선수들에게 타이밍에 맞춰 휴식을 주면서 두루 기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두산은 최주환,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류지혁 등의 내야수들이 최소 두 자리를 소화한다. 허경민에게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고 상대가 우완 선발투수를 내세운 경기라면 최주환이 3루, 오재원이 2루로 가는 식의 운용이 가능하다. 외야진도 마찬가지다. 민병헌과 박건우가 외야 세 자리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에 외야수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시즌은 길다. 감독은 당장 3연전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몇 번째로 마라톤 결승점을 지나치느냐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특정 선수 몇 명에게만 의존했다가는 팀 전체가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기 마련이다. 김 감독이 고전하고 있는 오재원의 컨디션 회복에 신경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가 주춤했을 때 오재원이 그를 대신하는 구원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두산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부진을 메우기가 쉽다. 마이클 보우덴의 복귀로 선발진이 완성되고 야수진의 단체 대폭발이 이뤄지면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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