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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문식이 기묘한 영화로 관객들 앞에 섰다.
이문식이 15일 개봉한 ‘중독 노래방’(김상찬 감독)의 주인공으로, 영화 제목부터 남다른 미스터리 판타지물에 도전했다. ‘중독 노래방’은 파리 한 마리 얼씬 않는 노래방에 도우미를 구하면서 손님이 늘더니, 어느 순간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 노래방에서 동거를 하면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이문식은 노래방 주인이자 야동 중독자인 성욱 역을 맡아 게임 중독자 하숙, 머니 중독자 나미, 도벽 중독자 점박이 등 저마다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으로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을 그렸다. 처음에는 도피처로 노래방에 모인 이들이 서로의 과거를 묻는 대신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연대감을 형성하고, 극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비로소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펼치는 것. 이 시대에 당면한 문제의식을 판타지 장르와 독특한 문법으로 녹여내 영화적 재미와 함께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중적인 상업영화도 아니고, 그동안 관객몰이에 성공한 스타도 아닌 이 조합에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문식은 “앞서 몇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나섰지만, 잘 안된 경험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이번 작품은 기존 했던 것과 색다르고 캐릭터도 달라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런 그도 “사실 망설이게 된 점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애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순한 영화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 미스터리 판타지로서 영화가 기묘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수위가 있는 것. 이문식은 “애들이 성인이 될 향후 10년 동안은 이영화를 못 볼 것”이라며 아쉽게 웃었다.
정적인 영화이고, 수동적인 캐릭터인데 힘들기는 액션씬 찍는 것 못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인물이 능동적이지 않아서 내 성향과 잘 안맞아 답답했다. 무기력한 모습이 나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게다가 조용한 영화다. 극중 사건사고가 많고 액션씬을 찍고 하면 촬영 후 내가 뭔가 한 것 같아 뿌듯한데, 이번 영화는 그렇지가 않아서 과연 어떻게 봐주실지 결과가 어떨지 더 두렵다”고 밝혔다.
“흥행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흥행을 보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수위도 그렇다”고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낮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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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은 높지만 흥행을 점치기 어려운 영화냐, 그 반대의 영화냐 고르라면 그의 선택은 무엇일까. 실제로 그가 주연으로 나섰던 영화 ‘구타유발자들’이 영화계의 호평은 받았지만 대중으로부터는 외면 받은 영화였던 것. 이에 이문식은 “작품성은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이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작품성과 퀄리티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걸어가보지 못한 부분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언젠가 왕도 해보고 멋진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연쇄살인범 역할도 좋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이야기했다. “이문식이 하면 재밌을거야, 코믹할거야 하는데, 사실 별로 좋지는 않다. 내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내가 맡았던 역할 때문인데, 내가 방향성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고 쉬운 판단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언젠가 나에게도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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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영화 ‘럭키’로 흥행 대박을 낸 배우 유해진의 사례를 언급하며 “굉장히 드문, 미라클이다. 하지만 괜히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해진이가 능력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런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는 200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마파도’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문식은 “‘마파도’ 때는 해진이가 나에게 전화해서 ‘형이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 돼줬다. 그동안 연극으로 고생 많이 했는데, 잘됐다’며 축하해줬다. 그랬던 해진이가 ‘럭키’로 성공하지 않았나. 나에게도 그런 날이 다시 오지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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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