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향 캡처
이미향이 스코티시 오픈에서 막판 뒤집기쇼로 역전 우승에 성공해 2년 8개월만에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 LPGA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지난 주말 스코틀랜드 노스 에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를 앞두고 이미향(24·KB금융그룹)은 변화무쌍한 스코틀랜드의 날씨처럼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미향은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의 이륙이 지연되는 바람에 예정됐던 연결편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한참 기다린 후에야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예정보다 하루 늦은 25일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에서는 더 난감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와 있어야 할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 대회 이틀을 남겨놓고 코스 적응을 위한 연습 라운딩을 해야하는데 대책이 없었다. 남의 클럽을 빌려 연습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채로 스윙을 하니 연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하루 뒤인 26일 골프백을 전달받았지만 연습 부족은 경기 초반 그대로 반영됐다. 1라운드 1오버파에 이어 2라운드 3오버파를 치면서 중간합계 5오버파로 컷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1타 차이로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이 액땜이 됐을까. 반전이 시작됐다. 어느 정도 코스 적응이 되자 이미향은 3라운드부터 펄펄 날았다.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면서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센 비비람도 한번 불이 붙은 이미향을 잠재우지 못했다. 4라운드 들어서는 더욱 펄펄 날았고 아무도 예상 못했던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정말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4라운드를 시작할 때만해도 불가능한 스코어 차이였다. 믿을 수 없었다.”

31일(한국시간)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 앞서 먼저 경기를 마친 이미향이 우승 소식을 전해듣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해 하면서 던진 말이다. 정말 그랬다. 3라운드서 기록한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 덕분에 공동 6위에 올라있었지만 4라운드를 출발할 때만해도 공동선두 김세영,카리 웹(호주)과는 무려 6타 차나 벌어진 상태였다. 아무도 이미향이 거짓말같은 역전 드라마를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라운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이미향쪽으로 쏠렸다. 강풍의 영향으로 선두권 선수 대부분이 타수를 잃었지만 그는 홀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 1~2번홀 버디를 몰아치더니 4번홀(파3)에서 보기를 했지만 이어진 5~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한 뒤 9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마침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파 행진을 하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버디로 마무리한 이미향은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경기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다. 기적이 벌어졌다. 노련한 웹은 14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이미향에 2타차 앞서며 우승컵을 손에 쥐는 듯 했다. 하지만 16번홀(파4) 보기, 17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스스로 무너졌고 이미향은 이번 시즌 LPGA 투어 최다 타수차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거짓말 같은 막판 뒤집기 쇼로 우승 드라마를 연출한 이미향은 2014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2년 8개월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LPGA 투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상금은 22만 5000달러(약 2억5000만원). 이미향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시즌 11승을 합작했고 US여자오픈 박성현, 마라톤 클래식 김인경에 이어 3주 연속 우승해 LPGA투어의 대세임을 또한번 확인했다. 이번 우승으로 3일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열릴 시즌 네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앞두고 한껏 자신감을 얻은 이미향은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한 좋은 연습을 했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메이저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한국선수 중에서는 허미정이 이날 6타를 줄여 웹과 함께 공동 2위(5언더파)에 올랐고 공동선두로 출발했지만 3타를 잃은 김세영은 유선영과 함께 공동 6위(3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주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인경은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는 맹타로 공동 9위(1언더파)를 기록하는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in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