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사구 던진 후 사과하는 권혁
2017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권혁이 7회말 상대 한동민에 사구를 던진 후 사과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가 안일한 플레이로 팽팽하던 경기에 찬물을 끼엊었다. 지난 2015년부터 끊임없이 강조했던 ‘디테일’이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화는 17일 마산 NC전에서 선취점을 얻고도 역전패했다. 점수를 내주는 과정이 자멸에 가까운 플레이라 눈총을 샀다. 1-0으로 앞선 5회말에는 선발로 나선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두 개의 폭투를 범해 안타 하나 맞지 않고 동점을 내줬다. 8회말에는 송창식에 이어 1사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권혁이 나성범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았을 때 야수들의 중계플레이 미숙으로 추가실점했다.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NC 박민우가 한 차례 시도했던 플레이라 한화 야수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는 점수였다. 9회초 한 번의 공격기회를 남겨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1점차와 2점차는 심리적 부담이 크게 다르다.

8회말 2사 1, 3루에서 나성범이 친 타구가 1루수와 우익수 사이로 높게 떠올랐다. 우중간 펜스 근처에서 수비하던 우익수 장민석이 한참 달려와 포구했을 때 박민우는 3루에 거의 도달했다. 장민석이 1루수와 2루수 중 누구에게 송구할지를 잠깐 고민하는 사이 3루에서 멈출 듯 하던 박민우가 홈으로 쇄도했다. 송구를 건네받은 한화 1루수 김회성은 주자가 홈으로 파고든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해 홈 접전 상황도 만들지 못했다. 박민우는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1회초 재비어 스크럭스의 빗맞은 우전안타 때 똑같은 플레이로 홈을 파고 들었다.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으로 번복됐지만, 상대가 작은 틈을 보이면 언제든 홈을 파고든다는 것을 한 번 보여줬다. 추가 실점 상황은 한화 전력분석팀이나 야수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한채 흘러가는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치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발로 만든 득점 하주석[SS포토]
5일 넥센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의 주중 두번째 경기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2번 하주석이 5회초 5번 이성열의 안타때 득점한후 이상군 감독과 코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주축들이 줄부상해 이동훈, 김태연 등 젊은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을 채웠다. 하지만 이들은 볼카운트나 상대 투수의 볼배합, 주자상황 등에 관계없이 자기 스윙을 했다. 베테랑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변화구를 노릴 때 스윙 출발을 조금 늦추는 등의 악착같은 느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승패를 초월해 그저 한 경기 치르면 끝이라는 인상마저 풍겼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불과 36경기만 남겨둔 시점이라 다음시즌 구상에 돌입해도 늦지 않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마무리캠프를 어디로 갈지, 몇 명 규모로 갈지 모르겠다.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는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시즌 후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단 입장에서도 이 감독대행과 내년 구상에 관한 의견을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감독대행의 입지가 불확실하니 코치들이라고 마냥 편하게 경기에 집중할 리 없다.

목표없이 표류 중인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는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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