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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마포목포낙지’의 보리굴비정식 12,000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이주상·황철훈기자] 민족의 명절 한가위다. 보름달 두둥실 뜬 고향집에서 허리띠 풀고 즐기는 맛난 상차림. 둥근 달을 닮은 동그랑땡과 남편보다 낫다는 송편. 육즙 가득 머금은 투실한 갈비찜에다, 두눈 부릅뜨고 상에 올라탄 굴비까지. 뜨끈뜨끈 갓 쪄내 씹을수록 고소한 떡은 또 어떻고. 생각만 해도 입맛 다시게 만드는 먹음직스런 가을의 나날이다.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 연휴인데도 고향집 문턱도 못가는 싱글족이 의외로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추석을 혼자 보내야 하는 ‘혼추석러’를 위해 추석 즈음 전과 생선, 갈비찜 등을 맛볼 수 있는 맛집을 묶어봤다. 아, 연휴기간 최대한 문을 오래 열어놓는 집 기준이다.●보리굴비(마포목포낙지)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마포목포낙지’는 30년 전통을 자랑한다. 부자가 30년을 이어 운영하고 있다. 마포목포낙지는 원래 대광어, 대방어, 민어, 농어, 도미 등 서울에선 보기드문 고급 횟감과 서해의 기름진 갯벌에서 잡힌 영양가 만점의 낙지 요리로 유명한 집이다. 재료는 전부 남해와 서해에서 잡은 것들로, 고기의 몸속에 항생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산이다.

보리굴비정식은 직장인들을 위해 특별히 조리한 점심메뉴다. 한 자, 즉 30㎝짜리 큼직한 굴비가 상의 가운데 놓여있다. 정식이라지만 반찬은 미역국, 깍두기, 묵, 고추장아찌 등 단촐하다. 굴비의 고급스런 맛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식감은 대단하다.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잡힌 굴비를 겨우내 숙성해서 내놓았다. 비린 맛은 사라지고 쫄깃함이 가득하다. 30㎝짜리여서 두툼한 고기맛이 충만함을 한껏 느끼게 한다. 주인인 최문갑 사장은 사진을 전공했지만 가업을 이어 받았다.

식당의 모든 고기는 자신의 고향인 목포를 비롯 인근 어촌계와 단독계약해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고 있다. 틈나는 대로 자신도 배에 올라타 직접 어획에 나서기도 한다. 최문갑 사장은 “30㎝짜리를 시장에서 사려면 1만5000원 정도에 사야 한다. 산지에서 직접 받아오기 때문에 유통구조를 최소화시켜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다. 지금도 냉동고에는 6000여 만원어치의 고기가 숙성되고 있다. 다음 달 인근에 ‘대물상회’라는 상호로 이사갈 계획이다. 오픈하면 지금보다 싼 1만원에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추석명절, 부모님께 대접하면 효도를, 연인에겐 애정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추석연휴기간은 휴업할 예정이다.

★보리굴비정식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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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앞 식객촌 곤밥의 갈비찜비빔밥 1만5000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갈비찜(식객촌 곤밥)=

어린 시절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차례를 지내러 큰 집으로 가곤 했다. 명절이라 차례상에는 보통 때는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중 갈비찜은 단연 최고 인기였다. 차례가 끝난 후 밥과 갖은 반찬위에 달콤한 갈비찜을 얹으면 금세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갈비를 뜯고 달콤한 갈비 육수가 밥과 반찬에 배면 그맛 또한 일품이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 부영빌딩에 위치한 ‘식객촌’에 ‘곤밥’이 입점해 있다. 상수동 본점 때부터 대표메뉴 ‘갈비찜비빔밥’의 소문이 퍼지면서 2호점을 이곳에 열었다. 음식의 모양은 이름 그대로다. 밥과 비빔 재료위에 큼직한 갈비찜이 서너개 얹혀 있다. 위에서 말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주인인 박상민 사장은 “우리 식당의 대표메뉴다. 내가 레시피를 개발했지만 어렸을 적 큰집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법(?)을 박 사장이 들려줬다. 우선 잘 익힌 큼직한 갈비를 맛나게 먹는다. 먹는 동안 갈비찜 육수는 밥과 반찬에 스며들며 쉽게 비빌 수 있게 된다. 갈비를 다 먹은 후 밥과 반찬을 매콤한 고추장과 섞어 잘 비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반찬인 장조림이다. 육수와 잘 비빈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퍼 그 위에 장조림을 얹는다. 처음엔 1만5000원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먹어보면 오해는 말끔히 사라진다. 추석연휴기간에는 10월 2일과 9일, 점심에만 문을 연다.

★갈비찜비빔밥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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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빈대떡을 사려는 사람들과 행인들로 북적인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육회와 전’ 서울 종로 광장시장=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 만큼이나 푸짐한 먹거리로 일명 ‘먹거리의 천국’으로 불린다. 입에서 살살 녹는 육회를 비롯해 즉석에서 간 녹두를 노릇하게 구워내는 빈대떡, 싱싱한 대구를 대구알과 곤이, 미나리와 함께 시원하게 끓여낸 대구탕까지 음식의 천국이 따로 없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인데도 육회골목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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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의 육회와 대구탕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맛깔스러운 빨간 소고기 육회 위에 노란 달걀노른자를 올리고 고소한 참기름과 참깨, 파로 단장한 육회접시가 손님상으로 직행한다. 광장시장의 육회집들은 대부분 추석 당일과 추석 전후로 하루씩 총 3일을 쉰다는 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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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의 각종 전과 빈대떡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전집 골목에 들어서면 고소한 기름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맷돌은 녹두를 갈아내고 커다란 기름철판 위에선 빈대떡이 노릇하게 익어간다. 각종 해물과 파를 넣어 두툼하게 부쳐낸 해물파전을 비롯해 호박전, 명태전, 깻잎전, 동그랑땡, 김치전 등 형형색색 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광장시장 전집들은 추석 당일인 4일 만 쉬거나 5일까지 쉰다는 집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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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시장의 전골목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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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시장의 각종 전과 삼겹 김치말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전 골목’서울 마포 공덕시장=

각종 전과 족발을 맛볼 수 있는 도심 속 맛의 성지다. 특히 공덕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삼겹 김치말이, 고추장 삼겹말이를 비롯해 스팸전, 치즈스틱, 베이비 크랩 튀김까지 먹을 수 있는 건 죄다 지지고 튀겨 놓았다. 공덕시장의 전집들도 추석 전날까지 영업하고 추석 당일인 4~8일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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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동 ‘종로떡집’의 각종 떡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떡 골목’ 서울 낙원동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궁에서 쫓겨난 수라간 궁녀들이 낙원동에 모여 떡을 팔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라간 궁녀에게 떡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아 문을 연 100년 전통의 ‘낙원떡집’을 비롯해 종로떡집, 선일떡집, 우리떡집 등이 성업 중이다. 낙원떡집은 아침 7시30분 영업을 시작해 오후 10시30분에 문을 닫는다. 대부분의 낙원동 떡집은 365일 연중무휴다. 긴 추석 연휴기간 언제든 맛있는 떡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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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떡집의 쑥인절미와 각종 떡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특히 낙원떡집의 쑥인절미는 말랑말랑하며 부드러울 뿐 아니라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쑥향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기다. 궁중 떡집으로 유명한 수송동 비원떡집은 두텁떡과 쌍개피떡이 유명하다. 또한 이 집의 인기 메뉴인 부꾸미는 팥소를 넣어 납작하게 빚은 떡을 기름에 지진 것으로 대추와 파슬리로 장식한 모양이 먹기에 아까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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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빈대떡집의 ‘모둠전’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서울 망원시장 할머니 빈대떡=

망원시장 입구에 자리한 할머니 빈대떡집은 망원동을 대표하는 노포다.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허기를 채우며 막걸리 한 사발에 세상 시름을 잊는 곳이다. 가게 입구엔 커다란 철판위에 기름을 두르고 한 뼘이 넘는 크기의 두툼한 빈대떡을 노릇하게 구워낸다. 전을 지져내는 이는 다름 아닌 이집 주인장의 아들로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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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고기 빈대떡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이 집의 인기 메뉴는 ‘해물+고기빈대떡’이다. 녹두 반죽 위에 피자 토핑을 올리듯 반은 잘게 썬 돼지고기를 올리고 반은 새우, 오징어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을 올려 기름에 튀겨내듯 구워낸다. 바삭하게 구워진 해물+고기 빈대떡은 담백한 고기맛과 바다 향 가득한 해물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또한 고추, 부추, 김치, 깻잎, 호박, 허파 등을 부쳐낸 각종 전을 맛볼 수 있는 모둠전도 별미다. 추석 연휴기간은 4~6일까지 3일간 쉰다.

★가격=모둠전 (대 1만5000원, 중 1만2000원, 소 1만원), 해물(고기)빈대떡 8000원, 해물+고기 빈대떡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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