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가 17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에서 0-0으로 맞선 2회 선제 솔로 홈런을 쳐낸 뒤 손가락을 치켜들며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두산 양의지(31)가 절치부심하고 있다. 올해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지만 그에 앞서 해결해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두문분출 중인 양의지는 비활동기간을 맞아 서울 시내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 맞춤형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수 년째 야구선수 출신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비활동기간 개인훈련에 몰두 중인데 올해는 부상 방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손가락 미세골절을 포함해 고질적인 허리통증 등으로 111경기에 출장에 그친 양의지는 KIA와 한국시리즈 2차전 마지막 타석을 잊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판단 실수로 1점을 내준 뒤 9회초 양현종과 끈질긴 승부를 펼쳤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고, 이 장면은 KIA가 1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4연승을 내달려 왕좌를 차지하는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웃는 얼굴과 달리 승부욕이 남다른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3연패에 실패한 직후 울분을 꾹꾹 눌러 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벌써 FA 대박 예상이 그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양의지는 “계약은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빼앗긴 우승반지를 되찾아와 팀과 개인의 자존심을 회복한 뒤에 당당히 FA 권리를 선언하겠다는 포부를 가슴에 품었다. 그는 “올해는 정말 아프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며 부상악령과 이별을 고했다.

피로가 쌓일만 했다. 2015년 정규시즌에서 132경기에 출전한 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강행군을 했다.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참가했다. 2016년에도 퍼펙트 우승을 견인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지난해 2월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참가해 남들보다 일찍 실전을 치렀다. 발가락 미세골절을 시작으로 손가락, 허리, 허벅지 등 크고작은 부상에 신음한 것도 2년간 휴식없이 포수 마스크를 쓴 탓이다.

양의지는 지난해 NC와 플레이오프 때부터 “나만 잘하면 된다.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 일군 성과를 내가 망치는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책임감이 강한 리더로 성장 중이라 한국시리즈 3연패 실패가 자신의 탓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올해는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교체돼 공수에서 부담이 커졌다.

적당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최상의 몸상태를 찾고 있는 양의지가 국내 원톱 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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