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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영화 ‘인터스텔라’ 같아요. 1~2년 같은데 21년이 후다닥 지나갔네요.”
그룹 솔리드(정재윤 김조한 이준) 멤버들은 완전체로 컴백한 게 21년만이란 말에 “인생이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솔리드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컴백 이후 느낀 소감 등을 전했다. 솔리드는 지난달 22일 21년 만의 앨범 ‘인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을 발표했다.
왜 다시 모이는데 21년이 걸렸을까. 김조한은 “21년 전에 솔리드로 마지막 방송을 하고 떠났을때, 세 명 다 정말 바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음반도 직접 다 만드니 지치고, 아이디어도 없어져 조금 쉬자고 했다”며 “나는 나대로 가수 김조한이 부족했던 부분들을 많이 채우려 했는데 그게 1년, 5년, 10년이 됐다”고 되돌아 봤다.
정재윤은 “우리 셋의 절친한 친구가 태국에서 결혼식을 열었다. 거기 함께 들러리를 서고, 축가로 ‘천생연분’을 부르며 뭉치자고 하다가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조한은 이번 컴백에 대해 “많이 늦었지만, 아주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정의내렸다. “내 솔로곡 중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란 제목처럼, 시기가 안 맞아 늦어졌다. 하지만 지금이 컴백에 완벽한 시간대다. 이준은 미국서 하는 사업 외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게 됐고, 각자 개인 녹음실도 있고, 화상 회의도 가능하다. 3~5년전만 해도 컴백해서 이렇게 활동하는 건 불가능했을 수 있다”고 되돌아봤다.
솔리드는 1993년부터 1997년까지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해 약 40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천생연분’ 등 히트곡을 통해 당시로선 시대를 앞서갔던 감각적인 흑인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재윤의 세련된 편곡과 프로듀싱, 미국 가수들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김조한의 음색과 가창력, DJ 겸 래퍼로서 본토 느낌을 물씬 풍겼던 이준의 감각적 스타일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를 돌아보며 정재윤은 “1집은 아무 생각 없이 느끼는 대로 만들었고, 2집은 국내음악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나름 맞춰갔다. 우리 자체가 그 당시에 특이했다. 머리 스타일부터 신발까지. 우리 앞에서 택시도 안 멈출 정도로 우린 이상하게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솔리드가 없는 가요계는 강산이 두번 바뀌었다. 정재윤은 21년간 가요계가 어떻게 달라졌냐는 질문에 “K팝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90년도에는 그런 현상을 상상도 못했는데, K팝이 지금은 세계적인 음악이 됐다. 세계적인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대충 만들어서는 안 하는 것보다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조한은 좋아하는 후배로 마마무와 아이유를 꼽으며 “마마무는 음악으로 승부하려고 하는게 뚜렷하게 보인다. 독특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유가 아티스트로서 노래를 참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래퍼 1세대인 이준은 “랩 수준이 많이 발달했다. 한국 래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내가 좋아하는 래퍼는 산이, 도끼, 플로우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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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솔리드는 ‘추억팔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조한은 “요즘 90년대 가수들이 컴백을 많이 한다. 옛 모습,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게 보기 즐겁고 좋다. 하지만 솔리드는 음악으로 인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음악이 아닌, 새로운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직도 이 오빠들, 솔리드라는 그룹이 음악을 하고 있구나, 새로운 걸 하고 있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재윤은 “새롭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솔리드는 오는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리는 콘서트 준비로 바쁜 나날을 지내고 있다. 19일, 20일 공연은 5분 만에 매진돼 18일 공연을 추가했다. 솔리드는 규모를 확대해 전국 투어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다.
정재윤은 “티켓이 이렇게 빨리 팔릴지 전혀 예상 못했다. 놀라웠다”고 말했다. 김조한은 “그동안 못보여드렸던 것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 신곡까지 다양한 곡들 중에서 어떤 곡들을 부를지 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조한은 솔리드만의 멋이 무엇인지 묻자 망설임없이 “지팡이”라고 대답한 뒤 웃었다. 이어 “음악적 자부심이 크다. 대충은 안한다. 다른건 대퉁해도 음악에 있어선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솔리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