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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류중일 감독이 과거를 회상하며 유지현 코치를 변호했다. 유 코치가 주루사인 미스를 인정하면서도 순식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과거 삼성 사령탑을 맡기 전 주루코치와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2009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서도 대표팀 주루코치를 맡은 바 있다. 주루코치는 3루에서 수시로 주자들에게 사인을 낸다. 플라이타구나 안타가 나올 때 뛸지 뛰지 않을지, 뛸 때는 어디까지 진루할지 지시한다. 주루코치로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시각적으로 여유가 적은 우측 타구다. 좌측 타구는 공과 외야수, 주자가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지만 우측 타구는 공과 외야수, 그리고 주자까지 한 번에 포착할 수 없다. 고개를 움직이며 타구와 외야수, 주자를 민첩하게 포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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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코치가 사인미스를 낸 순간에도 타구가 우측으로 향했다. 류 감독은 지난 15일 포항 삼성전 6회초 1사 만루 이형종의 우전안타에 2루 주자 양석환이 홈에서 태그아웃당했다. 타이밍과 삼성 우익수 구자욱의 어깨를 고려했다면 양석환을 3루에서 멈추게 하는 게 맞았지만 유 코치는 팔을 돌리며 양석환이 홈까지 뛸 것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류 감독은 “유 코치가 판단이 늦었던 것 같다. 석환이 또한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다. 스타트를 빨리했다면 3루를 돌고 있어야 했는데 좀 뒤에 있더라”며 “하지만 이게 절대 쉬운 상황이 아니다. 우측으로 타구가 향하면 홈에 들어오는 것을 완벽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주루코치란 게 절대 쉽지 않은 자리다”고 밝혔다.
류 감독에서 사인을 결정하는 타이밍이 언제가 돼야 하는지 묻자 “외야수가 포구한 순간이 기준이 돼야 한다. 외야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간 순간 주자 위치에 맞춰 주자를 계속 뛰게 할지 멈추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외야수가 공을 잡는 위치도 중요하다. 바운드가 된 공을 상체 쪽에서 잡으면 송구로 이어지는 시간이 짧다. 반대로 하체 쪽에서 잡으면 송구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세 가지를 종합해 바로 사인을 내야 한다. 보통은 외야수가 공을 잡았을 때 주자가 3루를 밟고 돌고 있다면 세이프가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100%는 없다. 예전에 삼성에서 김응용 감독님이 계실 때 일본인 인스트럭터가 방문한 적이 있었다. 주루코치로 정평이 나 있는 유명한 분이셨는데 아웃이어도 타이밍이 접전이면 주루코치가 사인을 잘 낸 거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김응용 감독님은 동의하지 않으셨다. 김응용 감독님은 ‘무조건 세이프여야 잘 돌린 것’이라고 했다”고 껄껄 웃었다.
LG는 다음날인 16일 경기에선 홈에서 아웃당하지 않고 8점을 올렸다. 4회초 양석환의 우전안타 때 2루주자 채은성이 홈 접전을 벌였는데 삼성 포수 강민호가 공을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해 세이프가 됐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당시 상황을 두고 “상대가 승부를 걸만한 상황이었다. 강민호 미트에서 공이 움직이고 있어서 태그하려는 순간 공이 빠졌다”고 돌아봤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