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FIFA 한일월드컵 축구 본선 16강전 한국-이탈리아
설기현이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달려가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월드컵 직전에는 무엇보다 분위기가 중요하다. 지금부터는 팀이 확 달라지기는 어렵다. 2주 만에 180도 다른 팀이 되기는 어렵다. 다른 것보다 개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시즌 중인 선수, 시즌을 마친 선수들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 작업은 오스트리아, 러시아 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지도 아래 잘 수행될 것이라고 본다.

관건은 분위기다. 몸 상태는 훈련을 통해 만들 수 있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온두라스전 승리가 중요했다. 이승우나 문선민 같은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한 가운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상대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플레이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욕도 충분했다고 본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선수들이 골을 넣고 좋아하면서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 사기를 끌어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패배는 아쉽지만 상대는 충분히 강했다. 우리 단점을 명확하게 발견했다는 점에서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공격적으로 보면 상대를 위협했다. 득점의 완성도도 높았다.

본선에서 스웨덴과 독일, 두 유럽팀을 만난다. 지금 선수들은 유럽 경험이 많다. 과거에 우리가 월드컵에 가던 시기와는 다르다. 유럽 선수들의 체력, 힘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유럽에서 뛰지 않는 선수들까지 그 점에 잘 적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팀의 중심을 잡을 30대 중반 선수 없이 대회에 나가는 게 불안할 수 있지만 나이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대표팀에는 월드컵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있다. 외국에서 뛴 경험도 월드컵에 도움이 많이 된다. 적응력이 중요한데 우리 선수들은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평균 나이가 많지 않지만 경험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변수가 많아도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 상대 독일은 3차전에서 힘을 뺄 수 있다. 1, 2차전의 비중이 크다. 잘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선수들의 장점이 있다. 스웨덴이 우리보다는 피지컬이 더 좋다. 거기에 맞는 축구를 해야 한다. 가서 부딪히면 우리에게 승산은 없다. 우리는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지만 기동력, 기술은 더 낫다고 본다. 체력만 잘 유지하면 후반에 들어 우리가 속도에서 앞서기 때문에 스웨덴을 밀어붙일 수 있다. 상대에게도 우리 공격수들의 능력은 부담스럽다. 자신감, 자부심을 갖고 싸웠으면 좋겠다. 스웨덴보다 오히려 멕시코가 상대하기 더 수월할 수 있다. 현역 시절 멕시코를 자주 상대했다. 힘으로 부딪히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나오는 스타일이다. 우리는 피지컬이 좋은 편이 아니라 그런 팀이 오히려 쉽다. 다만 철저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스웨덴, 독일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개인 전술, 부분 전술을 충분히 숙지하고 경기장에 들어가야 한다.

러시아에 가는 김남일 코치, 차두리 코치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쉽지 않은 자리다. 나 역시 코치로 대표팀 구성원으로 일했다.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마음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감독님에 따라 코치들에게 부여하는 역할이 다르다. 신태용 감독님이 두 코치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각자 할 일이 있다.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경험이 많다. 유럽에서도 뛰었고, 월드컵에 나간 적도 있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 후에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험이 많고 영리하기 때문에 감독님이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코치가 됐으면 좋겠다.

성균관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