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이번 2연전은 나보다 어린 선수의 활약이 더 의미 있고 긍정적이다.”

요르단(원정), 이라크(홈)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 4차전에서 모두 결승골을 터뜨린 베테랑 이재성(32·마인츠)은 새로 중용받은 후배의 대활약을 반겼다. 그의 말대로 한국 축구는 ‘뉴 제너레이션’ 시대 개막을 알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끝난 이라크와 3차 예선 4차전에서 3-2 승리, 승점 10(3승1무)을 확보하며 선두를 지켰다. 골득실차로 2~3위에 각각 매겨진 요르단, 이라크(이상 승점 7)와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닷새 전 요르단 원정 2-0 완승을 비롯해 이달 A매치 2연전을 모두 이긴 ‘홍명보호’는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북중미 본선행 티켓을 향해 진격했다.

승리보다 더 값진 건 미래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대표팀은 최근 5년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두 외인 사령탑을 거치면서 베스트11 고정화 현상을 반복했다. 후방 빌드업 색채 완성을 위해 유독 주전 요원을 바꾸지 않은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목표대로 16강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후 비전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매겨진 게 사실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클린스만 감독 역시 ‘카타르 멤버’ 중심으로 꾸리면서 내부 경쟁 동력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 감독은 부임 후 처음 지휘한 지난달 2연전(팔레스타인·오만)에서는 보수적으로 운영했으나 이달 소신을 품고 대대적 변화를 줬다. 특히 배준호(21·스토크시티) 엄지성(22·스완지시티) 오현규(23·헹크) 등 20대 초반 ‘젊은피 유럽파’를 기용했다. 보란 듯이 존재 가치를 뽐냈다. 배준호는 ‘차세대 판타지스타’의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공수에서 유연한 드리블과 기회 창출 능력을 입증, 2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7개월 만에 홍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온 오현규는 A매치 데뷔골이자 2경기 연속포로 날아올랐다.

배준호는 홍 감독이 부임 초기부터 손흥민(토트넘)을 대체할 수준의 재능으로 여겼다. 또 이달 애초 공격진에 타깃형 골잡이 이영준(그라스호퍼) 발탁을 고려하다가 벨기에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오현규를 선택했다. 배후 침투 능력을 지닌 그의 유형이 이번 2연전에 더 맞다고 본 것인데 예상대로 적중했다. 여기에 오세훈(25·마치다)도 이라크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면서 홍 감독을 웃게 했다.

이들 모두 북중미 세대의 리더로 떠오른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더불어 장기 비전을 지닌 자원이다. ‘이강인과 아이들’이라는 시선도 따른다. 손흥민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2연전에서 이강인은 왜 대표팀의 간판인지 증명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상대 집중 견제에 꽁꽁 묶였다고 보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홍 감독이 내세운 변형 스리백에서 오른쪽 윙어를 맡은 그는 상대 2~3명을 끌고 다니며 전진한 풀백 설영우에게 공간을 자주 만들어냈다. 요르단전 이재성의 헤더 결승골을 도운 설영우의 크로스도 이런 장면에서 만들어졌다. 이라크전에서도 그가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를 유린하고 전환 패스를 통해 배준호, 이재성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공격 포인트 없이 경기 MOM(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이유다.

앞으로 대표팀은 손흥민 이재성의 ‘92라인’과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의 ‘96라인’이 뼈대를 이루면서 ‘이강인과 아이들’이 치고나가는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한국 축구는 진정으로 ‘뉴 제너레이션’ 시대를 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