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국가대표시절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32년 전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다들 경험들이 일천했다. 지금이야 4년에 한번씩 월드컵 무대를 꾸준히 밟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1952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34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환경도 좋지 않았다. 본선에 대비해 아시아권 팀들과 주로 경기를 했다. 세계적인 강호들과는 평가전을 갖지도 못했다. 그나마 차범근 감독과 나 정도만 유럽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었다. 독일팀들이 자주 방한했지만 분데스리가 클럽도 아니고 주로 아마추어 팀들이었다. 당시에 좋은 상대들과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면 본선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는 세계 축구를 접할 기회가 전무하다시피했다. 월드컵 준비라는 개념도 생소했고 상대국에 대한 정보랄 것도 사실상 없었다. 더 경험을 쌓고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멕시코월드컵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경험이나 시스템면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상대가 누구든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싸워주길 바란다. 최근에 우리 대표팀을 지켜보면 서로 뭉쳐야하는데 아직은 어색한 것 같다. 서로 도와주고 희생하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23명 선수들 뿐만 아니라 전체 코칭스태프까지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신바람나게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남지 않는 시간동안 선수들이 한 묶음이 돼야한다.

대표팀은 국내에서 평가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본선 준비를 위해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이제부터는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한다. 부상도 조심해야하고, 몸과 마음이 최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노력해야한다. 월드컵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싸워야한다. 총을 손질도 안하고 싸우려고 하면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이제 본선까지 2주가 남았다. 나도 남아공월드컵 때 감독직을 수행해봤기 때문에 사령탑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소신껏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다바쳐서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비우고 경기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한다.

최근에 월드컵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들을 주위에서 많이들 한다. 북한 문제 등 대외적인 변수도 있지만 한국 축구의 침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축구와 월드컵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추억이 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를 이뤄내며 세계를 놀라게했다. 한국 축구가 최근에는 침체기를 맞았지만 반드시 다시 올라서야한다. 우리 국민들은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너무 속상할 것이다. 모두가 우리 후배들을 응원해 줄 것이다. 선수들도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각성했으면 한다.

프로축구연맹 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