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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포항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성격상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다. 1986년 월드컵에 처음 나갔을 때도 나는 크게 떨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에 첫 출전한 일부 선수들은 몸이 굳을 정도로 심하게 긴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외국 선수들과 싸운 적이 별로 없어 당연했다. 그렇게 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월드컵 같은 무대에서는 당연히 실수를 하게 된다. 그 다음이 문제다. 실수한 것을 빨리 잊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한 번 실수를 하고 얽매이면 흐름이 무너진다. 흔히 말하는 ‘깡다구’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경기력이 좋으면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하지 말아야 할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에 집중하길 바란다. 지금 선수들은 해외 경험도 풍부하고 당시와는 다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베테랑, 주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주장 故정용환 선배가 2, 3차전 스페인, 우루과이전에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래서 내가 주장 자격으로 경기에 나갔다. 당시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후배들이 실수하고 못해도 위로해줘야 한다.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못한다고 면박을 주거나 뭐라고 하면 위축될 수 있다. 잘 독려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베테랑이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아직 대표팀은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술, 선수 구성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베스트11을 확정한다고 하는데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부상자가 유난히 많았다는 변수를 고려해도 불안요소다. 선수들의 적응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표선수들이니 빠르게 팀 전술, 동료들의 플레이에 적응해 100% 전력을 끌어내길 기대한다.

30여년 전보다 지금 한국축구는 확연하게 발전했다. 기술, 전술, 인프라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내가 월드컵에 나가던 때 상대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같은 팀들과 한국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이제 그 정도로 격차가 크지 않다. 선수들이 위축될 이유가 없다. 최약체인 것은 사실이지만 16강 진출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월드컵에서는 늘 돌풍의 팀, 예상 밖의 선수가 튀어나온다. 우리 선수들이 자기가 주인공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하길 바란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선수단 분위기를 잘 이끌어 긴장감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상태로 첫 경기를 치르기를 바란다.

손흥민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스트라이커였던 나도 월드컵에서 골을 넣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대회에 출전했다. 다른 선수들이 책임감을 나눠줬으면 좋겠다. 황희찬에게도 기대를 건다. K리그에서 유심히 지켜본 문선민도 골을 잘 넣는 선수다. 대표팀 공격진에서 기대하는 선수 중 하나다. 상대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한국은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팀이 될 수 있다. 손흥민 외에도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잘 연구해 월드컵에 가야 한다. 공격수들이 모두 골 욕심을 적극적으로 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발자국을 남기기를 바란다.

포항스틸러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