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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마운드에 젊은 피가 수혈되고 있다. 지난 13일 우완 강속구 투수 배민관에 합류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고졸 좌완 신인 김태형이 입단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17일 잠실 KIA전에선 5선발 공백을 메우기 위해 1차 지명 신인 김영준이 깜짝 선발 등판한다.
예정된 변화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전부터 1군에 올라올 투수로 김영준, 손주영, 배민관, 이우찬, 성동현 등을 언급했다. 신인 김영준과 성동현은 몇 년 후 선발진에 자리할 투수로, 배민관과 이우찬은 강속구 투수가 적은 불펜진에 힘을 보탤 투수라는 평가였다. 계획대로 류 감독은 2군에서 5선발 대기표 1번이었던 손주영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줬고 손주영이 부진하자 불펜투수로 1군 맛을 본 김영준을 내세웠다. 류 감독은 삼성에서 수 년 동안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는 윤성환을 예로 들며 “윤성환이 프로 입단 초반에는 불펜투수로 뛰었다. 세이브를 올린 적도 있다. 불펜투수로 경험을 쌓은 후 선발투수로 전환했다”고 선발투수 육성 방향을 설명했다.
최근 선발투수 몇명이 주춤했지만 그래도 LG는 다른 팀에 비해 선발진 고민이 덜한 편이다. 헨리 소사, 타일러 윌슨, 차우찬, 임찬규가 나란히 15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페이스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선발진 방어율도 16일까지 4.27로 리그 2위다. 5선발 고민만 해결되면 리그 최강 선발진을 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디스크 증상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한 베테랑 류제국이 조만간 2군 등판을 앞둔 상황에서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준 뒤 선발진 다섯 자리를 확정 짓는 게 류 감독이 그린 청사진이다. 손주영과 김영준 외에도 1군 선발투수로 개막을 맞이한 김대현과 임지섭도 언젠가는 선발진에 합류할 후보다.
불펜진은 정찬헌과 김지용 외에 모든 자리가 활짝 열려있다. 류 감독은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형 투수들을 눈여겨보며 꾸준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로 나선 신정락과 고졸 2년차 고우석, 올시즌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민관의 비중이 앞으로 커질 확률이 높다. 류 감독은 고우석을 두고 “최근 변화구가 많이 좋아졌다. 우리 팀 불펜투수 중 구속은 우석이가 가장 잘 나온다. 언젠가는 우리 팀의 굳건한 필승조가 돼야 할 투수”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마산 NC전에서 1.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한 배민관에 대해선 “듣던대로 공에 힘이 있었다. 경험이 많은 투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덧 프로 8년차 정도 됐더라”며 “고우석과 배민관 모두 얼마든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이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류 감독은 젊은 투수들을 향해 “절대 사라지는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유망주로 주목 받고 몇 차례 1군에 나왔다가 그냥 사라지고 마는 선수들이 있다. 1군에서 고전하고 2군으로 내려가더라도 꼭 다시 올라와서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정찬헌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했고 정찬헌은 류 감독이 기대한대로 리그 세이브 부문 2위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류 감독이 구상한 젊고 강한 마운드가 완성된다면 LG의 목표점은 더 높은 곳에 찍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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