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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부상 이탈로 타격부문 순위에 없을 뿐 출장한 경기에선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하고 있다. 넥센 박병호(32)가 거포본색을 발휘하며 주말 3연전 싹쓸이를 이끌었다.
박병호는 17일 고척구장에서 벌어진 삼성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점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로써 박병호는 최근 출전한 10경기서 모두 안타를 날렸고 13타점을 올리며 3년 전 KBO리그를 정복했을 때의 괴력을 찾아가고 있다. 올시즌 4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3, 12홈런, 38타점으로 팀내 홈런 1위, 타점 2위에 올랐다. 부상으로 36일 동안 엔트리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그라운드에 섰을 때는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해내고 있는 박병호다.
타석에서 자신감부터 돋보인다. 이날 박병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팀 아델만의 체인지업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모든 공에 100% 힘으로 스윙했고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대형 타구를 만들었다. 아델만의 143㎞ 직구를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5m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선 우규민의 공을 가볍게 받아쳐 좌전안타를 기록했다. 크게 앞서나간 넥센은 8회초에 앞서 박병호를 장영석과 교체했다.
지난겨울 넥센 복귀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박병호는 최정과 함께 흥미진진한 홈런왕 레이스를 벌일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4월 13일 고척 두산전에서 1루로 질주하다가 왼쪽 종아리 근육 부상을 당했고 복귀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복귀전부터 홈런을 날리며 빠르게 배트에 불을 붙였으나 규정타석에 50타석이나 모자르기 때문에 타격 부문 순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박병호가 앞으로 부상없이 남은 시즌을 소화한다면 홈런과 타점 부문 상위권에 자리할 확률이 높다. 앞으로 72경기가 남은 만큼 규정타석을 채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날까지 173타석을 소화한 박병호는 앞으로 매 경기 4타석만 들어서도 규정 타석인 446타석을 가뿐히 넘어선다.
무엇보다 넥센은 최근 박병호가 중심을 잡으면서 타선 전체가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이번 주말 3연전 모두 9점 이상을 올리며 올시즌 두 번째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목동구장 시절 박병호을 앞세워 구축했던 ‘넥벤저스’의 위용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이날 승리로 5할 승률 복귀에 2승, 이날 경기 전까지 5위 KIA를 1경기 차이로 추격한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내우외환으로 어수선했던 넥센이 박병호를 통해 안정을 찾고 상승기류를 만들었다.
경기 후 박병호는 “아델만 선수의 직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볼카운트가 직구가 들어올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직구를 정확히 맞히자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대로 됐다”고 홈런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중심타자로서 내 역할은 팀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홈런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홈런을 쳤지만 최근 홈런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좋은 타구를 날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상을 당했고 팀 성적도 좋지 않아서 그동안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팀이 질 때마다 중심타자인 만큼 더 스트레스 받고 부담도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번 연승을 발판으로 팀과 함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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