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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바흐가 작곡한 음악들을 보면 음표들의 분포가 매우 질서 정연하다. 전체 패턴이 하나의 악절이나 한 마디 안에서 유사한 구조로 되풀이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프랙털(Fractal)’이라고 한다. 프랙털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면서 사람들은 그 속에서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이 프랙털의 원칙을 바다와 삶에 적용했다.
제주 지방에 전해오는 “가시리 좋으민 가실 것 좋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바다 식물인 풀가사리가 무성하게 자라면 그해 가을 곡식도 풍작을 이룬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 사람들은 바다의 해초류와 뭍에서 자라는 식물의 생태가 일치한다고 믿어왔다. 대개 바다의 해초류가 풍성하게 자라는 해는 햇빛이 많고 바닷물의 온도가 일정할 때이다. 반대로 태풍이나 냉수대 형성, 혹은 적조 등이 많이 발생하면 해초류는 흉년이 든다. 이것은 육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일조시간이 짧거나 기상이 불순한 해에는 흉작이 들 수밖에 없다.
많은 기상학자는 바다는 수온의 변화가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해초류의 성장은 몇 달 앞의 육지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지시자가 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 속담은 바다 생태를 통해 기상변화에 미리 대비했던 제주선인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훌륭한 속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바당에 풍년 들민 땅에도 풍년 들곡. 바당에 숭년 들민 땅에도 숭년 든다.”가 있다. 즉 바다에 풍년이 들면 육지에도 풍년이 든다는 말이다. 신은 바다와 육지를 만들 때 가장 아름다운 프랙털의 법칙을 따르도록 창조했다. 제주 사람들은 바다와 육지가 구조에서 유사성을 가진다는 ‘프랙털’의 법칙이 적용됨을 알고 있었던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질서를 사람들이 파괴하고 있다. 엄청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파괴로 바다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독성생물이 판을 치고 적조가 바다를 죽인다. 인류 단백질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바다가 심각해지고 있다. 바다가 병들면 육지의 삶은 더 좋아질까? 바다가 죽으면 육지도 죽는다는 프랙털의 법칙을 새겨볼 때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