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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가 아름다운 꽃지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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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안사구 신두리사구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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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수목원 전경
[태안=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태안을 간다. 풍요로운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물론 늦었다. 떠나는 가을 배웅길이다. 이른 아침부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꽤나 열심히 달렸더니 무심히 떠나는 가을의 뒷통수를 잡아챌 수 있었다.집으로부터 139㎞만 가면 안면도에 닿는다. 내가 사는 곳이랑 다르다. 시멘트 블록 대신 모래가 깔리고 녹색 펜스대신 고불한 곰솔이 둘렀다.코끝에 스치는 삭풍이 결코 스산하지 않다. 양치하고 바로 환타를 들이켠 듯 청량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귀가 뻥 뚫린다. 갖은 영양을 담뿍 품은 태안 앞 바다는 언제나 넉넉한 숨소릴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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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만큼 붉고 멋진 가을 꽃게
◇가을 배웅 나가는 길

믿을 수 없겠지만 국내엔 사막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구(沙丘)’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국내 대표 사구지대로 신두리 해수욕장을 포함해 뒷편으로 드넓은 모래벌판이 펼치고 있다. 길이 약 3.4㎞, 너비 500m~1.3㎞로 원형이 잘 보존된 북쪽지역 일부는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곳이다.

1만5000년 전부터 날아온 고운 모래가 해안에 쌓여 이색지대를 형성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설마 중국발 황사처럼?. 아니다. 신두리에 사구지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우리 서해안의 간조 덕이다. 간조 때 노출된 모래 개펄이 바람에 실려 언덕을 쌓았다. 그 모래 역시 육지에서 침식돼 흘러간 것이니 바다와 육지는 이렇게 리사이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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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사구는 국내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탐방로가 생겨났다. 30분 짜리부터 2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 가장 긴 C코스는 신두리사구센터에서 출발해 모래언덕입구~초종용군락지~고라니동산~곰돌생태숲~작은별똥재~억새골~해당화동산~염랑게달랑게~순비기언덕을 거쳐 탐방로출구로 나오는 코스. A,B코스는 이 중에서 일부 구간만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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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해안사구 데크길.

나무데크를 깔았다. 사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주변에는 사구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어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국 최대 해당화 군락지,통보리사초,모래지치,갯완두,갯매꽃을 비롯해 갯방풍 등희귀식물에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동물도 많이 살고 있다.

사막처럼 보이지만 방향에 따라 곰솔숲도 눈에 들어온다. 가을 파란 하늘을 거머쥔듯 고불고불한 곰솔(해송)이 멋스럽다. 운석이 떨어졌다는 작은별똥재,창백한 억새 군락 등을 보며 쉬엄쉬엄 걷기 좋다. 해안에는 게가 산다. 동글동글 뭉친 모래가 있으면 염랑게와 달랑게가 산다는 증거다. 먹잇감을 모래와 함께 삼켰다가 뱉는다. 이게 햇볕에 마르면 바람에 실려 사구가 된다. 신두리 사구 형성에는 게들이 도와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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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수목원 팜파스그라스

◇떠나는 가을의 푸른 뒷모습

팜파스그라스(서양억새)가 활짝 피어난 청산수목원은 계절을 잊었다. 늦가을에 해당하지만 너무 화사하다. 파란 하늘 아래 키가 껑충한 팜파스그라스가 줄지어 도열했다. 최근 인기가 많은 핑크뮬리 역시 계절의 마지막에 화려함을 더한다. 자연 포토존이다.

청산수목원은 10만㎡ 규모,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뤄졌다.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밀레 고흐 모네 등 예술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는 테마정원과 계절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와 황금메타세쿼이아 등 언제가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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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새로운 포토존으로 각광받는 핑크뮬리.

수목원은 밀레의 정원,삼족오 미로공원,고갱의 정원,만다라정원,황금삼나무의 길로 이뤄졌다.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사색하며 산책하면 좋다. 자라풀 부레옥잠 개구리밥 물수세미 생이가래 등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수생식물원도 있다. 여름에 가장 화려하다. 국내외에서 수집한 희귀 연과 수련 200여 종이 물을 덮고 화려한 꽃을 틔운다. 청산수목원은 이달 25일까지 팜파스억새축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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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여전망대. 바닷물 속으로 검은 ‘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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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꽃지해변

◇가을을 따라 걷다

걷어야 한다. 걸어야 한다. 이제 그만 가을의 커튼을 걷고 새로운 계절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해변길(5코스·노을길)을 걸었다.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안길은 라면발같은 리아스식 해변을 따라 걷는 트레일 코스다. 이중 노을길은 백사장항에서 기지포,두여전망대,꽃지해변을 잇는 길로 석양이 아름답다. 총 12㎞(평지라 힘들지 않다)를 걸으니 점심 먹고 천천히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으면,천지가 황금빛으로 변할 무렵 꽃지해변에 도착한다. 걷기 코스의 마지막을 새빨간 석양이 장식한다. 드라마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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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는 대하회 등 다양한 음식이 가득하다.

길을 걷기 전에 백사장항에서 대하와 꽃게 전어 등 바다의 별미를 맛보고 떠나니 힘들지 않다(?). 짧게는 기지포 해변에서 두여전망대까지만 걸어도 된다. 두여전망대에선 간조시 해변에 드러난 물결 모양 바위 습곡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보는 노을도 좋다. 개펄과 습곡에 붉은 색이 입혀진다.

태안에는 전통 원시어로 방식인 ‘독살’이 잘 보존되어 있다. 밧개해변에서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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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여전망대

해변길(7코스·바람길)은 황포항에서 바람아래해변,고남패총박물관을 거쳐 영목항까지 걷는 길이다. 총 16㎞에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안면도 최남단 해변길이다. 새하얀 백사장이 자랑인 운여해변은 이곳도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다. 해변 남쪽 끝 방파제에 솔숲이 있는데 만조 시 주변은 잠기고 솔섬처럼 변신한다. 이곳에서 붉게 물든 바다와 하늘 그리고 외로운 솔숲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염전체험을 해볼 수 있는 장곡리 영목항 등 항구와 해변을 꿰며 길이 이어진다. 보령 원산도,효자도,추섬,빼섬,삼형제 바위 등을 보고 바지락 소라 고동 우럭 농어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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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방포회센터는 가을 제철 해산물이 가득한 상을 차려낸다.

여행정보●신두리 사구센터=

신두해안사구 입구에 만들어진 비지터센터는 사구 생태공원 안에 있는 각종 동식물과 해안사구에 대한 정보를 입체와 영상으로 재현해 놓은 첨단 시설이다. 신두리는 자연적인 특성상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므로 사구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변 환경과 수평적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건축물로 설계했다. 전시박물관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위주 전시 콘텐츠와 시설로 꾸몄다.

신두리 해안사구 및 탐방로 해설과 안내는 미리 신청하면 된다. 해설은 오전 10시,오후 2시,오후 4시로 매일 3회씩 진행된다. 1팀당 15명 시간별 2팀. 신두리사구센터(041)672-0499

●청산수목원=

청산수목원은 이달 25일까지 팜파스억새축제를 열고 있다.(041)675-0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