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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KT 마무리투수 김재윤(29)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우상인 빅리거 오승환(37)과 함께 훈련하며 오승환으로부터 노하우를 꾸준히 전수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 선수와 훈련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굵직한 전환점이 된다. 오승환의 훈련 파트너가 된 김재윤이 꾸준히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하이볼 비중을 늘릴 것을 다짐했다.
훈련 내내 오승환 옆에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재윤은 10일 훈련 전 스트래칭부터 캐치볼까지 오승환과 호흡을 맞췄다. 둘은 다른 투수들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으며 막강한 구위를 자랑했다. 약 80m까지 거리를 늘리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유도했다. 김재윤은 “원래 롱토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투수마다 성향이 다르기는 한데 오승환 선배님도 롱토스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하더라. 그렇다보니 캐치볼에서 자연스럽게 롱토스까지 이어졌다”며 괴력을 선보인 순간을 돌아보고 미소지었다.
오승환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KT와 함께 훈련한 후 콜로라도에 합류한다. 김재윤의 간절한 요청에 오승환이 응답했다. 김재윤은 “저희 캠프에 오승환 선배님이 합류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계속 따라다기로 다짐했다. 승환 선배님과 함께 하고 싶다고 직접 부탁드렸다”며 “승환 선배님에게 여러가지를 묻고 있다.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초구였다. 지금까지 나는 모든 공을 완벽하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구 코너워크에 집착했는데 그러다보니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내가 궁지에 몰리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환 선배님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기록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 가운데에 들어가도 내 공을 던져서 구위로 상대 타자를 누르면 파울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 완벽한 코너워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투수가 항상 완벽한 공을 던질 수는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내 문제점과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알았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한국투수들이 부담을 느끼는 ‘하이 패스트볼’의 중요성도 전달받았다. 김재윤은 “승환 선배님이 하이볼의 위력도 강조했다. 타자 몸쪽에 높은 공을 구사한다면 타자 시선을 흔들고 장타를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나는 실투로 인한 장타를 두려워해 하이볼의 비중을 낮게 가져갔다. 그런데 지난해 승환 선배님은 하이볼을 적절하게 섞었다. 나도 이번 캠프에서 포수 머리 높이로 던지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오승환은 토론토로 이적하면서 하이 패스트볼의 비율을 부쩍 높였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하이 패스트볼 후 바깥쪽 슬라이더로 빅리그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목표점은 분명하다. 김재윤은 2019시즌 첫 번째 목표로 첫 경기 세이브, 그 다음 목표로 20세이브를 다짐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첫 경기부터 실점하면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올시즌에는 첫 경기를 세이브로 시작하고 싶다. 첫 세이브를 올리고 나서는 20세이브를 향해 달려가겠다. 20세이브를 하면 또 새로운 목표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무리투수로 낙점한 김재윤이 오승환과 함께 한 열흘을 통해 높게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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